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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의료의 ‘의’ 자도 ‘배추값’도 없던 용산 만찬…밥이 목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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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 지도부가 9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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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9.25) 아침신문에는 △용산 만찬과 한동훈 대표의 독대 재요청(5곳) △검찰 수심위 ‘김건희 명품백’ 기소 권고(5곳)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3곳) 등이 1면에 주요하게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밥’만 나온 용산 만찬
② 시선, 클릭!
- 요즘 한국 의료 풍경 3제
- 배추, 중국산이 ‘해결사’?
- 야구 1000만 관중, 30대 여성이 핵심
- 벌써 첫서리
③ Now and Then : 가을 아침(양희은, 1991)



① 차이의 발견
# ‘밥’만 먹고 헤어진 ‘용산’ 만찬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용산’ 만찬이 어젯밤 결국 치러지긴 했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만찬 풍경
- 6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용산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이뤄졌습니다.



-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14명,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8명 등 12명 등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20여명이 함께 식사했습니다.



-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 건배는 술 대신 오미자차였습니다. 대통령이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배려한 것이라 합니다.



-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윤 대통령)



- 지난 5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때 직접 계란말이를 만들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날 (계란말이가) 잘 안되더라고요”(윤 대통령의 아이스브레이킹)



- 만찬 끝날 무렵, “커피 한 잔씩 합시다.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윤 대통령)



(윤 대통령이 아이스라테 주문하자)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십니까”(한 대표)



(웃으며)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해요”(윤 대통령)



- 만찬 뒤, 기념사진 촬영. 구호는 ‘국민을 위하여’



- 이후 10여분간 산책



- 으레 대통령 만찬이 끝나면 심각한 논의 내용 외에도 어떤 음식이 나오고, 참석자들이 어떤 소소한 대화나 행동을 한 것까지 다 기자단에 전달합니다. 참석한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것입니다. 한 대표는 이날 별도 발언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그런 시간을 애초에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커피 대화’가 아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대화 내용 전부일 것입니다. 한 대표도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커피 받으면서 ‘김건희 여사 사과’, ‘의-정 갈등 해소’ 이런 얘기를 할 순 없으니, 저런 ‘썰렁 대화’라도 나눈 게 아닌가 싶습니다.





2. ‘김건희’, ‘의료’는 없고, ‘체코’만
-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한다. (더불어민주당이)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 우리 기업도 함께 참여하는 현지화를 통해 상대국의 원전 생태계와도 협력해야 한다”(윤 대통령)



- “지난 정부 때 망가진 원전 생태계가 회복 안 될 줄 알았다”(인요한 최고위원)



- “(체코 원전은) 상당한 수익성이 보장된다”(한 참석자)



- 이밖에 “금투세를 내년에 당장 시행하려면 지금쯤 정리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이대로 갑자기 하게 되면 실제 시행이 어렵다”(윤 대통령)



- 인요한 최고위원은 친윤계로 분류되고, 지난 9월8일 윤상현 의원의 전화로 이뤄진 ‘관저 번개 만찬’ 참석 멤버입니다. 의사인데, 현재의 의료대란 상황이 아닌, 원전을 얘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 ‘체코 원전 수익성 보장’을 언급한 한 참석자는 대통령실 관계자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 애초 대통령실의 이 만찬 목적은 ‘체코 원전 성과 홍보’였습니다. 참석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만찬이 ‘독대’ 문제로 혼선을 겪었는데도 상황 변경없이 한가해 보이는 ‘체코 원전 성과 자랑’ 나누는 계획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 공개적인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분위기를 깨는 일이 될 수도 있겠으나,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났는데, 현재 가장 큰 현안인 ‘의료 문제’를 아예 거론도 않는 건 이해가 안 됩니다. 최소한 ‘배추값’ 얘기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형식적으로라도 민생을 걱정하는 모습이라도 내보였어야 하는데, 정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듯합니다.





3. ‘독대’는 없었다
1) ‘만에 하나’도 없었다
- 만찬은 8시에 끝났지만, 브리핑은 10시가 다 돼 이뤄졌습니다. 참석한 대변인이 대화 내용을 받아적고, 만찬 뒤 정리하고, 내부 체크 등 홍보수석실 차원의 데스킹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어젯밤 각 신문사들은 기사와 사설을 준비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독대’가 이뤄지면 급하게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대비를 했을 겁니다. ‘독대’ 문제로 야단법석을 떨었으니, 형식만 갖춘 ‘3분 독대’ 같은 것이라도 할 경우의 수를 상상해 봤던 것입니다. 그러나 ‘싫은 사람은 절대 안 만나는’,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윤 대통령 스타일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예상했고, 예상대로였습니다.





2) 한 대표, 독대 재요청
- 한동훈 대표는 만찬 직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님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며 독대를 재요청했습니다.



- 이런 사실을 대통령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참석자들이 전했고, 한지아 국민의힘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 일부 신문은 ‘독대 재요청’을 이날 1면 기사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는 “현장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독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끝나자마자 독대 요청을 했다고 언론에 알리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4.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 ‘용산 만찬’
- 대통령실이 밝힌 이날 ‘용산 만찬’의 목적은 △당정 화합 △체코 원전 순방 성과입니다. 그런데 ‘당정 화합’은 역효과를 냈고, ‘체코 원전 성과 홍보’도 완전히 어그러졌습니다.



1) “밥만 먹고 왔다”(국민의힘 참석자 전언)
- “창피하다. 정말 밥만 먹고 왔다고 욕먹겠다”, “빈손 만찬이다. 현안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한겨레)



-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고 (윤 대통령이) 1시간20분 동안 거의 원전 얘기만 하다가 끝났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궁금해하거나 우리가 논의해야 될 부분들을 하나도 얘기를 못했다. 한마디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대통령 혼자 얘기하시고 옆에서 맞장구 쳐주는 정도였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겐 얘기할 기회를 안줬다. 인사말씀도 안 시키더라. 도대체 진짜 밥만 먹으러 다녀왔다”(경향)



- “의료의 ‘의’ 자도, 김건희의 ‘김’ 자도, 민생의 ‘민’ 자도 안 나왔다. (윤 대통령이) 원전 얘기만 하다가 끝났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요즘 당 상황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해야 할 논의는 하지 못한 채 마지못해 고기 구워 먹고 온 것처럼 돼 버렸으니 국민들한테 잘못하면 맞아 죽게 생겼다”(동아)



-(*) 다들 “밥만 먹고 왔다”고 하는데, ‘용산’ 만찬이 많은 경우 ‘밥 먹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만찬 때 무슨 말을 할 것인가보다, 뭘 먹을 것인가에 더 신경을 쏟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2) “화기애애”(대통령실 전언)
- “따뜻한 자리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 대표도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



(*) 이런 가운데 만찬이 끝나고 만찬 브리핑을 한 밤 10시가 넘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했습니다. 최 목사가 건넨 명품백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금품 수수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의 형사책임도 발생합니다.



- 지난 6일 김 여사 혐의를 다룬 수심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한 것과는 정반대 결론입니다. 수심위 결론은 권고사항입니다만, 검찰이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수사를 하면 기소를 목표로 어떻게든 집어넣으려 하는 검찰이, 이 사안에 대해선 기를 쓰고 ‘무죄’를 강변합니다. 당사자인 최 목사는 본인이 ‘유죄’라 하고, 검사는 ‘무죄’라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입니다.



- ‘의료’, ‘김건희’, 그리고 ‘배추’까지 세상이 난리인데, ‘용산’은 ‘체코’ 이야기합니다.





5. 언론 보도
1) 기사 제목
한겨레 = 한 대표 말할 기회도 안준 ‘빈손’ 만찬...“지금이 이럴 때냐” 자조(3면)
경향 = 원전 얘기만 오간 ‘90분 만찬’…결국 ‘상견례’로 끝났다(1면)/한동훈, 말할 기회 못 얻어...여당 참석자 “정말 밥만 먹고 왔다”(4면)
동아 = “尹-韓 만찬, 의료 ‘의’도 김건희 ‘김’도 안나왔다”(1면)/90분 빈손 만찬...韓 “현안 논의 자리 다시 잡아달라” 독대 재요청(3면)
한국 = 尹과 만찬 함께한 韓, 독대 재요청했다(1면)/‘독대 요청 공개’에 불편한 심기...韓에 발언 기회도 안 준 尹(3면)
중앙 = 한동훈, 용산 만찬 뒤 독대 재차 요청(1면)/한동훈 모두발언도 없었다...여권 “이슈 못 건든 빈손 만찬”(3면)
조선 = ‘용산 만찬’ 한동훈 독대 자리 재요청(1면)/尹·韓, 두달만의 만찬서 덕담...의정 갈등·金여사 얘기는 없었다(3면)



- 대체로 ‘빈손 만찬’, 그리고 한동훈 대표의 ‘독대 재요청’이 이날 만찬을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이 기대했던 ‘체코 원전 성과’는 없었습니다.





2) 사설 제목
한겨레 = 독대는커녕 밥만 먹고 헤어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
한국 = 윤-한 ‘맹탕 만찬’으로 성난 여론 가라앉힐 수 있겠나
조선 = 불편해도 대통령과 與대표는 자주 만나야
경향 = ‘속 빈 강정’ 우려 나오는 체코 원전, 장밋빛 홍보만 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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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선, 클릭!



# 요즘 한국 의료 풍경 3제
- 조금 과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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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 중국산이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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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첫서리가 내렸다고 하네요. 아직도 낮에는 햇살이 따갑습니다만, 아침에 일어나면 20도 아래로 떨어진 아침공기가 싸~함을 살갗으로 느낍니다. 여름이 그리 모질고 길었어도, 계절은 또 이렇게 오나 봅니다. 이 가을, 길어야 한 달입니다. 많이 붙잡으시기를요.



어제 이어 연이틀 양희은 노래입니다. 요즘엔 아이유의 노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오리지널 선호 기준에 따라. 양희은의 ‘가을아침’(1991)입니다. 이병우 작곡인데,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만들어 양희은의 김민기 작곡 ‘식구생각’(1975)이 연상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가을아침 - 양희은 1991 (youtube.com)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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