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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트럼프 "일자리 뺏어 오겠다…한국서도 엑소더스 목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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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통령이 되면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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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세법과 제조업 부흥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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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는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수입품에는 높은 관세를 물려 전세계 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공약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상이 한국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韓, 투자 1위…‘反트럼프 산업’에 집중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215억 달러(약 28조5300억원)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1위 투자국이다.

10위권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투자가 급증한 배경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과 관련이 있다. 환경 보호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공장을 세운 기업에 대규모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장 건설 러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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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날 중앙일보가 확인한 정부의 ‘대미 투자 현황’ 문건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국 공장 건설 프로젝트 16건 가운데 14건이 친환경 배터리와 풍력, 태양열 발전 등에 집중돼 있었다.

문제는 트럼프가 IRA로 대표되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및 산업 정책을 ‘기후 사기’라며 집권시 대대적으로 손 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의 제조업 육성정책의 핵심은 화석 에너지 개발에 따른 에너지 비용 절감에 있다”며 “트럼프 집권시 국내 기업의 투자 분야 가운데 특히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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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루이지애나주 핵베리에 있는 카메론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시설을 방문한 모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 친환경 에너지 대신 전통적인 화석연료 개발을 통한 에너지 비용 절감을 공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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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IRA 없애기 쉽지 않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미국 하원의 다수를 점하는 공화당도 IRA에 반대해왔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지난 17일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주최 포럼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100일 안에 IRA를 첫 표적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존슨 의장은 “(미국에)도움이 되는 몇 가지 조항이 있어 망치가 아닌 메스를 대야 한다”며 “IRA 전체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존슨 의장이 밝힌 'IRA 전체 폐지 불가' 입장은 공화당의 강세 지역인 ‘레드 스테이트’에 몰려 있는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장이 창출하는 고용 등 경제적 유발효과로 인해 공화당 의원이 있는 지역이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있다. 지난달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기업의 공장이 들어선 지역의 공화당 의원 18명은 존슨 의장에게 ”IRA의 전면 폐기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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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세법과 제조업 부흥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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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본지에 “대선에 임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정치적 레토릭과 실제 집권 이후에 나올 정책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막대한 미국 내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지 투자에 대한 무차별적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울 거란 관측을 내놨다.



트럼프 “지구에서 가장 싼 세금과 에너지”



트럼프는 한국 등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사실상 강제하기 위해 미국 내 투자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했다.

그는 이날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진행한 미국 제조업 관련 연설에서 “지구상의 모든 회사 및 제조업체게 가장 낮은 세금과 가장 싼 에너지 비용, 가장 적인 규제 부담과 함께 지구상에서 최고이자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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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의 한 기계 제조업체에서 자신의 경제 공약에 대해 언론에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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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 유치를 전담할 ‘제조업 담당 대사’직을 신설하고, 극도로 낮은 세금과 규제만 있는 특별구역(special zone)에 해외 기업의 생산시설을 재배치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1기 때 이미 21%로 낮춘 법인세도 15%로 추가 인하할 계획도 시사했다.

다만 이러한 혜택은 미국 내 생산 업체에만 해당된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상품을 제조하지 않으면 상당한 관세를 내게 된다”며 “관세는 듣기 좋은 말(music to my ears)이자,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했다.



“韓기업에 위기이자 기회 가능성”



한국 정부는 공급망 확보에 방점을 둔 민주당, 자국우선주의에 무게를 실은 공화당 중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트렌드’로 보고 있다.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역시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정상적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극단적 관세로 대미 수출길을 사실상 차단할 경우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의 전체 경제 시스템에는 상당한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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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9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은 185억79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6% 증가했다. 수입은 183억5700만 달러로 작년보다 11.3% 늘어났다. 무역수지는 2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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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전 본부장도 “미국의 원천기술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반도체 등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생산 거점 자체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미국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은 명분이나 근거가 약하다”고 했다.

반면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는 사실상 보조금 혜택으로 해외 기업을 유치했지만, 정작 세제나 규제 등에선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고 이미 세계 1위 규모로 대거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 파격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여지도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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