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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아이유·임영웅으로 수십억 번 상암경기장, 잔디엔 고작 2.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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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왼쪽,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영웅(물고기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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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 올해 경기장 대관으로 82억원을 벌고 잔디 관리에는 대관 수입의 3%에 해당하는 2억5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잔디를 훼손하는 콘서트 대관 등으로 높은 수입을 올려놓고 정작 잔디 관리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은 올해 1~8월까지 대관 수입으로 8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일반행사 36억3845만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 24억3447만원 △에프시(FC) 서울 경기 11억3831만원 △국가대표 에이(A) 매치 경기 9억9426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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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개최로 손상된 잔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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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견줘 잔디장 관리에 쓴 돈은 2억5327만원에 그쳤다. △새로 심을 잔디에 1억5346만원 △농약 및 비료 구매 5139만원 △하이브리드 잔디 인조매트 구매 1993만원 △잔디 파종을 위한 기계 구매 1961만원 등을 썼는데, 이는 대관 수입의 3%밖에 되지 않는 액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콘서트 대관 등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경기장 쪽이 본연의 역할보다 수익 사업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8월 예정에도 없던 잼버리 콘서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뒤 잔디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이후로도 가수들의 콘서트가 여러 차례 열리면서 잔디 상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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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공연 막바지 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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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해에만 △가수 임영웅 콘서트(14억3899만원) △아이돌 그룹 세븐틴 콘서트(9억7775만원) 등으로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 21~22일 이틀간 열린 아이유 콘서트로 얻은 수입은 제외한 액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하루 전용 사용료에 더해 콘서트 입장료의 8%를 받는데, 이번 아이유 콘서트는 회당 5만명 총 10만 관객을 동원해 최소 10억원 이상은 벌 것으로 추정된다.



잔디 훼손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새달 15일 열릴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이라크와의 홈 경기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하겠다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그라운드 곳곳이 파인 탓에 ‘논두렁 잔디’라는 오명까지 썼다.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뒤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잔디 상태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원정 경기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좋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대표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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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5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첫 경기에서 팔레스타인 진영을 향해 슈팅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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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곤 의원은 “십수억원을 들인 하이브리드잔디에서 잼버리콘서트를 강행한 정부도 ‘논두렁 잔디’ 책임 당사자”라며 “서울시와 시설공단은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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