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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K-잠수함 수출, 이번에도 '레드 테이프'에 발목 잡히나 [K-잠수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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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은밀하지만 K방산의 핵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잠수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가 주목하는 K-잠수함의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해양안보를 위한 민관의 분투와 노력을 소개한다.
한국일보

1983년 4월 2일 진수 당시 돌고래-051 모습. 대한민국 잠수함 기술의 시작으로 평가되지만, 이후 20년간 극비로 분류됐으며 이 잠수함의 존재는 2003년에야 공개됐다.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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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 무릅쓰며 키운 잠수함 기술
글로벌 최고 수준 올라섰지만
번거로운 행정절차에 발목 우려

대한민국 잠수함 개발의 초기 역사는 20년간 비밀에 쌓여 있었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3년 국력을 모아 '돌고래정'을 진수하고 북한의 대남 잠수함 침투 대응 작전에 투입됐지만, 실제 공개는 2000년대 초반에나 이뤄졌다.

코드명 '프로젝트 540'으로 추진된 '돌고래정' 사업이 극비에 부쳐지면서 소속 부대도, 승조원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기간이 지속됐다. 그 누구도 감히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1980년대 남해안에서 시운전 도중, 우리 해안 경계부대가 북한 잠수정으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는 바람에 이홍희 함장 등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모든 것이 비밀에 묻혀야 했다.

보안이 강요된 엄혹한 상황을 극복하며 K-잠수함은 지금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후 우리 해군은 1,000톤급 이상의 한국형 잠수함(KSS) 사업을 추진하였고, 초도함의 독일 건조를 포함한 OEM 방식을 통해 1991년도 '장보고함'을 진수할 수 있었다. 해당 전력의 소속 부대도 정식적으로 '잠수함 전대'로 명명됐고 자랑스러운 '잠수함 사령부'로 발전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도 잠수함 사업은 베일에 싸여 시작됐을까. 독일 잠수함의 역사는 군사용이 아닌 산업적, 과학적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잠수함인 'U보트'마저 산업용 개발로 시작됐다.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사(戰史)상 가장 유명하고 무시무시한 군함으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독일 국민들에게 일종의 문화이자, 산업적 기반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후 독일 국민들은 대중적으로 그들의 잠수함과 승조원을 기억하고자 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그들의 삶 속에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매김하였다.
한국일보

2차대전 기간 영국 해군에 노획된 U-570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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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산업 기반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진작에 잠수함 건조 조선소를 국영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하에 재래식 디젤 잠수함뿐만 아니라 원자력 추진 잠수함 영역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단순히 플랫폼 수출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기술 혁신 등의 엄청난 성과로 이뤄졌다. 독일의 잠수함 건조사인 TKMS(과거 HDW)는 지금까지 170여 척의 잠수함을 수출했고, 프랑스의 나발 그룹(Naval Group)이 산업, 외교 영역에서 활약하는 배경에는 잠수함 경쟁력이 작용하고 있다.

K-잠수함의 수출을 많은 이들이 염원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군과 정부도 나름대로 헌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염원과 노력이 큰 만큼, 일선 현장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허들도 크게 느껴진다. 우선 K-잠수함과 관련된 기본적 제원과 기술자료 활용부터 힘들다. 기술수출 예비승인에만도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니 이런 시간과 비용의 소모가 그 어느때 보다 크게 느껴진다. 독일, 프랑스와 비교해서 우리 잠수함의 성능, 가격 등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

잠수함은 더 이상 감추고, 보호하는 게 능사인 전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술력을 수출하는 것과 무분별하게 유출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란 '이름표' 때문에 관련 기술을 과도한 잣대로 평가하고, 제약해서는 안 된다. K-잠수함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걸어온 해군의 전력이자, 의미 있는 산업의 발자취이다. 앞선 세대가 총상을 무릅쓰며 지키고 발전시킨 기술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더 큰 성취를 내길 기원해 본다.

김대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책임매니저·해사 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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