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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루게릭 병원 개원 못보고… 23년 투병 박승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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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과 재단 설립, 병원 건립 활동

작년 착공한 병원은 연말 준공 앞둬

동아일보

승일희망재단 제공


프로농구 선수 및 코치로 활동하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23년 동안 투병해온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사진)가 2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3세.

승일희망재단은 이날 “박 공동대표가 긴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소천했다”고 밝혔다.

연세대와 기아차 소속 농구 선수로 활동했던 고인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2년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코치로 선임됐지만 그해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코트를 떠나야 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의 뇌세포가 조금씩 사멸하면서 서서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뇌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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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발병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살고 싶다”고 밝혔고 최근까지 루게릭병 요양병원 설립을 위해 노력했다.

2011년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고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루게릭병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루게릭병 요양병원은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눈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안구 마우스를 활용해 저서 ‘눈으로 희망을 쓰다’(2009년)를 출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승일희망재단 관계자는 “박 대표는 공기청정기를 꼭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요양병원 건축 과정에 관심을 갖고 최근까지 의견을 전달했다”며 “지난해 말 착공식에도 구급차를 타고 참석했다”고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많은 분이 함께해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션은 “곧 완공되는 요양병원을 못 보여주는 게 너무 아쉽다.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뛰고 자유롭게 움직이길 바란다”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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