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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한·일, 도쿄서 ‘대륙붕 7광구’ 공동개발 40년 만에 재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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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4년 천연가스 생산을 본격 시작했을 당시의 ‘동해-1 가스전’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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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정부가 대륙붕 ‘제7광구’가 포함된 한·일공동개발구역(JDZ·Joint Development Zone) 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27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다. 협정 체결 40년 만에 열리는 이번 공동위에서는 협정을 이행할 실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6월이 협정 종료 통보 가능 시한인 만큼, 이번 공동위를 계기로 양국이 협정을 재협상할 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공동위에서는 협정의 장래 문제보다는, 협정 이행과 관련된 경과 평가나 현재 시점에서 협정을 이행하는 중요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위에는 한국에서는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 일본 쪽에서는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의 해역의 대륙붕을 포함하는 한·일공동개발구역 개발의 역사는 197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는 일본에 더 가깝지만 ‘연안국 영토의 해저로 자연적 연장’으로 형성된 것(대륙붕 연장론)이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 흐름 속에 1970년 5월 한국이 먼저 7광구를 개발해 영유권을 선포했다. 그러나 일본은 곧장 한국의 주장에 반발했고, 대륙붕의 자원을 탐사할 만한 자본과 기술이 없었던 한국 정부는 1974년 결국 일본 정부와 이곳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한·일공동개발구역협정을 맺었다. 1978년 6월22일 발효된 협정은 50년 뒤인 2028년 6월22일 만료되며, 협정 만료 3년 전 즉 2025년 6월22일부터 어느 쪽이든 협정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할 수 있다.



협정 발효 뒤 양국은 몇 차례 지질조사를 실시했지만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자원 부존량이 없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받아들었다. 한국은 2020년 한·일공동개발구역 탐사와 개발의 재추진을 선언하고 한·일공동개발구역의 조광권자로 대한석유공사를 지정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쪽에 이런 결정을 통보하고 일본에도 조광권자를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번 공동위엔 국장급이 참석해 실무적인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최근 들어 협정을 종료시키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을 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어, 이번 공동위를 계기로 협정 자체가 재논의될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 2월 중의원에서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유엔(UN)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일본 쪽이 주장하는 소위 중간선을 바탕으로 한·일이 다시 광구 개발권을 조정하면 상대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해역인 7광구의 관할권 대부분이 일본에 속하게 된다.



일본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협정 체결 때와 달리 일본에 유리하도록 국제법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협정 체결 당시에는 ‘대륙붕 연장론’이 널리 인정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1980년대 리비아-몰타 판결 등을 계기로 국가 해안에서 200해리 범위 안에서 바다와 바닷속 땅인 대륙붕에 관한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거리 기준’이 점차 보편화해 한·일공동개발구역과 거리가 가까운 일본 쪽 입지가 강해졌다.



그러나 일본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데도 큰 위험성이 있다. 중국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오키나와해구까지 자국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은 보다 강력히 관할권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이 해역은 한·중·일의 해양 분쟁이 직접적인 갈등으로 표출되는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은 더 강하게 치고 들어올텐데 이것을 어떤 수단으로 저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아직 없다”며 “따라서 재협상을 한다고 해도 협정 체계를 유지하면서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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