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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2028년이면 일본의 독차지?"…7광구 둘러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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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 종료 통보 없으면 자동연장
협정 종료 후 일본이 독차지? 사실 아니야
석유 자원 매장 가능성? 단언 못 해
한국일보

석유 시추선.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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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27일 재개되는 대륙붕공동위원회를 통해 7광구에 대한 공동탐사 여부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마침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이슈화되면서, 7광구 또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 지역으로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관심에 비해 7광구와 공동개발 협정에 대한 정보는 현저히 부족하다. "협정이 종료되면 일본이 7광구를 차지하게 된다"는 식의 그릇된 얘기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다. 본보는 26일 7광구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와 진실을 따져봤다.

①2028년, 협정이 자동 종료된다?


한일 양국이 한일남부대륙붕공동개발협정(JDZ 협정)에 따라 대륙붕 7광구의 공동개발에 착수한 건 1978년부터다. 한국석유공사와 일본석유산업단이 시범적으로 7개 시추공을 뚫고, 3차원 입체 물리탐사를 벌이는 등 2002년까지 공동탐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개발은 중단된 상태다.

양국 협정의 효력은 50년 기한인 2028년 6월 22일까지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3년 내, 즉 내년인 2025년부터는 서면 통보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협정 31조 2항에는 이를 '50년 동안 유효하며, 이후 3항에 따라 종료를 통보하기 전까지 계속 유효하다(shall continue in force thereafter)'고 명시하고 있다. 협정의 첫 종료기한(체결 후 50년)이 도래하더라도 한 측의 종료 통보가 없다면 자동 연장된다는 얘기다.

②협정 종료되면 7광구는 일본의 독차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SNS에 "협정이 종료되면 7광구 대부분을 일본이 가져간다"는 글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정부가 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윤 의원 외에도 정치권 등에선 '협정 종료→7광구 일본 귀속→일본 독자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을 이유로 공동개발에 소극적인 일본의 속내도 실상은 7광구 독자개발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해진다. 협정 체결 당시에는 '대륙붕 연장론'에 따라 한국이 7광구에 관할권을 상당 부분 주장할 수 있었지만, 1980년대 들어 보편화된 '중간선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 면적의 90%는 일본 영역, 10%만 한국 영역에 놓인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내년 협정 종료를 통보한다고 해도 7광구에 대한 권한은 일본에 귀속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국제법에 따라 7광구는 한일 대륙붕 권원이 중첩되는 수역이기 때문에 '경계미획정 수역'이 되고, 이에 따라 상대국 동의 없이는 개발권을 독점하거나 일방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설사 (협정 연장에)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해당 구역이 어느 국가에 귀속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일보

한일 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 개발공동위원회 40년만에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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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7광구, '대왕고래 프로젝트' 다음이 될까?


정부는 앞서 포항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을 선언했다. 산유국의 기대감을 담은 개발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7광구가 주목을 받은 것도 다름 아닌 석유 자원 매장 가능성 때문이었다. 2005년 발표된 '우드로 윌슨 센터 보고서'는 동중국해 전체 대륙붕의 잠재적 석유 매장량 추정치가 사우디아라비의 10배 수준인 최대 1,000배럴에 달한다고 하면서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한국석유공사는 2000년 초 일부 지역을 탐사한 결과 석유가 3억 배럴가량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7광구에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윌슨센터 보고서 자체도 자원 탐사에 따른 결과가 아닌 JDZ 일부를 포함한 동중국해 전체의 매장량에 대한 추정치를 인용한 것이다.

일단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1978년부터 약 10년간 7개 지점에 시추를 진행했지만, 3개 시추공에서 극소량의 석유와 가스가 발견됐다. 그러나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지금까지 투입된 조사 물량으로는 경제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단계인 건 아니다"며 "시추 등의 작업을 통해 개발 필요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④중국의 개입으로 한중일 갈등 화약고 될 가능성은?


한일 양국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일 양국이 협정을 발효해 비준서를 교환할 당시 중국은 성명을 통해 협정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동중국해의 대륙붕에 대한 불가침의 주권은 중국도 갖고 있다는 이유다. 게다가 중국은 7광구 지역 일부분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체제 종료 대비 방안' 보고서에서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해당 구역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일본이 7광구 개발을 위해 한국 대신 중국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일본은 지난 2008년 중국과 7광구 인근 지역 자원 공동개발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척한 뒤 손을 잡을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양 소장은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와 협정을 맺은 구역에서 다른 국가와 손을 잡는 외교행위는 없었다"며 "한일관계는 파탄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7광구는?
제주도 남쪽, 일본 규슈 서쪽에 위치한 대륙붕(육지의 연장 부분) 일부 구역. 면적은 8만2,557㎢로 서울의 124배 정도다. 한국은 1974년 1월 일본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하고, 이 지역을 공동개발 구역으로 지정했다. 1978년 발효된 협정은 2028년 6월 22일로 종료된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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