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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단독] ‘윤 관저 이전 의사결정’ 조사 1년8개월 깔아뭉갠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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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 결과가 나온 12일 오후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감사원 정문 담벼락에 손팻말을 가까이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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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사청구로 시작된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 감사의 핵심 중 하나는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 부지가 갑자기 변경된 이유와 이런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를 한 참여연대에는 ‘이를 감사하겠다’고 통지하고서는, 실제 감사에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년8개월 동안 감사 결과를 기다렸던 참여연대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감사원 관련자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은 2022년 12월15일 참여연대를 수신인으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결정 알림’ 공문을 보냈다. 참여연대의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및 불법 여부’ 국민감사청구 대상 4가지 중 2가지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겨레는 당시 감사원이 참여연대에 보낸 감사실시 통지 공문을 직접 확인했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및 불법 여부 관련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감사실시’로 결정했다”고 통지한 사실이 적혀 있다. 감사 착수 1년8개월 만인 지난 12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결과 보고서 도입부에는 통지 공문과 동일하게 ‘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등 의혹 관련’ 감사실시가 결정됐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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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22년 12월15일 국민감사청구를 한 참여연대에 보낸 감사실시 공문 내용. 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의혹 등을 감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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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감사보고서에는 ‘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 내용이 전무하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본문이 아닌 각주에 작은 글씨로 “의사결정 과정의 타당성 등은 감사범위에서 제외했다”는, 감사실시 통지 공문 내용과 정반대되는 내용을 적었다.



“이번 감사는 대통령실·관저 이전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행정기관이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위법·부패행위가 있었는지 등 감사실시로 결정된 감사청구사항을 중심으로 점검이 이루어졌다. 관저 이전 대상지가 구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부지 선정을 제외한 관저 이전 과정에서 관계 법령에 규정된 필수 절차를 거쳤는지 등에 대해 점검하는 것으로 의결한 데 따라 의사결정의 타당성 등은 감사범위에서 제외하였다”는 것이다.



감사보고서 각주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전체 감사 청구 내용 중 ‘외교부 장관 공관 부지 선정 과정’만 콕 찍어 감사에서 제외하라고 ‘의결’했다는 것이 된다. 감사원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는 26일 “일반적으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는 청구 내용과 함께 감사원에서 사전 검토한 감사 실시·기각·각하 의견 정도를 올린다. 청구 내용 중 특정 내용만 골라내어 ‘부지선정 과정은 감사에서 제외한다’는 식으로 세부적 사안을 하나하나 나눠 의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 내용 자체가 두루뭉술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에 감사실시를 통지할 때도 간단하게 보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2022년 10월12일 참여연대가 감사원에 보낸 국민감사청구서를 확인했다. “어떤 근거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결정되었는지, 공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판단되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누구의 어떤 검토를 거쳐 이전 장소가 결정되었는지, 그 과정에 직권남용 등 불법이나 위법한 의사결정은 없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며 부지 선정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이런 구체적 청구가 있었는데도 감사에서 제외한 근거를 묻자 감사원은 “감사사무처리규칙 등은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當否)’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관저 부지 선정은 정책적 결정 사안이라 애초에 감사 대상으로 고려를 안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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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내용. 참여연대에 통지했던 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의혹 등 감사실시 내용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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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 후보지를 바꾸는 것이 어떻게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이 되느냐”고 지적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기존 청와대에서 다른 장소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 자체’는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에 해당해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러한 결정 이후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언제, 어디로 갈지 정하는 과정은 감사 대상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즉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관저 후보지를 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급박하게 변경하는 의사결정은 국가 예산이 들어가고 다시 예산이 증액되는 판단 과정 등을 거치는 ‘정책 집행’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 대상이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감사원 해명은 참여연대가 ‘관저 이전 의사결정 의혹’과 함께 청구한 ‘대통령실 이전 의사결정 의혹’ 감사와 비교하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감사를 진행한 뒤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결과를 감사보고서를 통해 내놓았다. 이 역시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뒤집어 보면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이 있는 관저 이전 의사결정만 ‘정부 중요 정책 결정’이라며 처음부터 감사에서 빼놓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감사원 업무 경험이 있는 인사는 “감사원이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과 이후에 벌어진 불법적 정책 집행을 뒤섞어 놓은 것이다. 김건희 여사와 무속인 개입 등 제기된 각종 의혹을 아예 조사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로 의심된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과연 그런 세부적인 의결을 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직무유기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회의록과 심사위원 명단은 비공개”라며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27일 오후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이 감사실시 의결 취지였다”며 ‘취지’를 언급한 설명자료를 냈다. 부지 변경 등이 왜 정부 중요 정책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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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여사. 한겨레 자료사진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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