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그로시 사무총장.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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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사진)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IAEA는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
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게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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