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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번엔 ‘딥페이크’까지…더 뜨거워진 미스코리아 폐지 목소리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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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다


어른들의 최대 칭찬 중 하나였던 이 문장. ‘미스코리아’라는 건 한국 최고의 미인이라는 확실한 권위를 자랑했었죠. 연예계에도 미스코리아 출신이 즐비했고요. 아니 연예계로 통하는 확실한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요즘과는 사뭇 다릅니다.

실제 ‘올해 미스코리아는 누가 될까?’라며 방송 전부터 궁금증이 폭발했고, 한 명 한 명씩 후보가 소개될 때마다 저마다의 점수를 매기곤 했는데요. 내가 응원하던 후보가 최종 진선미에 뽑히게 되면 ‘나의 안목’을 가족들에게 연일 뽐냈습니다.

그랬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현재는 방영 날짜도 시기도 그 결과도 나중에 들려오는 뒷북 대회가 됐는데요.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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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글로벌이앤비(GLOBAL E&B)가 주최한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됐습니다. 조우종 아나운서와 제65회 미스코리아 선인 최미나수의 진행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진(眞)의 영광은 김채원(22·서울경기인천 진·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에게 돌아갔죠. 이어 선(善)에는 박희선(21·서울경기인천 선·미국 카네기 멜런대 정보시스템학과), 미(美)는 윤하영(22·대전세종충청 진·이화여대 무용과)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이날 지역 예선과 두 번의 합숙 끝에 본선 무대에 오른 24명의 후보자는 아낌없이 자신의 지성과 매력을 발산했는데요. 올해 본선 무대에서 후보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콘셉트의 의상을 입고 무대를 누비며 화려한 대회를 장식하며 마무리했죠.

비록 끝난 후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진 미스코리아 대회 결과지만 그래도 수상한 후보들의 이력과 축하가 이어졌는데요. 문제는 이후 터졌습니다.

최종 후보자 15명 중 진선미와 특별상을 선발하기 전, 후보자의 평소 가치관을 확인하기 위한 ‘즉석 질문’의 한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말이죠.

논란이 된 질문은 바로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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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참가자들에게 딥페이크 대상이 되는 상황을 가정해 질문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쏟아진 거죠.

네티즌들은 “최소한의 윤리·도덕도 없다”, “여성이 주가 되는 대회에서 여성에 대한 공감성도 상실했다”, “범죄를 ‘매력’이란 단어로 포장하는 것이냐” 등의 비난이 폭발했습니다.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공식 SNS 계정은 항의성 댓글로 뒤덮였고, 미스코리아 공식 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마비가 될 지경이 됐죠.

이에 주최 측은 “단어 선택이 적절하지 않았다”라며 사과했는데요. 이어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딥페이크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낸 이미지와 실제 자신과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었다고 해명을 덧붙였죠. 또 “선발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여러 가지 사회 이슈를 두고 토론을 하는 과정도 있었고, 그 중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문제점을 짚는 부분도 있었다”며 “해당 질문은 그런 맥락에서 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은 쉬이 줄어들지 않았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대회 폐지’ 분위기가 형성되는 요즘 더 불을 붙였다는 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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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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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높은 인기를 누렸던 미스코리아는 심사과정에서의 뇌물 수수 사실이 밝혀지고 대중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후보자들이 입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그 권위를 상실했는데요. 1972년부터 지상파에서 생중계된 미스코리아 본선 중계방송은 2001년 5월 27일 MBC에서 단독 중계한 것이 마지막이 됐고요. 2002년부터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으로 옮겨가면서 화제성과 관심도가 점차 줄었습니다. TV 중계 없이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 등 온라인으로만 만나는 경우가 늘었죠.

특히 ‘여성 성상품화’의 과거 산물이라는 비난이 더해지며 폐지 목소리가 일었는데요. 여성단체 측에서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을 벌이며 지속적인 비판을 이어갔죠. 2019년에는 미스코리아 폐지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죠. 이들 단체는 “미스코리아대회는 여성 몸을 눈요깃감으로 전락시키는 여성 차별 온상”이라며 “여성상을 왜곡시키고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미인대회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러 부분에서 변화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영복 심사를 없애는 등 개선과정을 거쳤지만, 비판은 여전했죠. 그런 가운데 이런 ‘딥페이크 질문’까지 추가되며 대회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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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공동주관사인 한국일보 노조 또한 성명을 냈는데요. 노조는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가 답”이라며 딥페이크 관련 질문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사람 얼굴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을 뜻하는 용어이지만, 성착취와 성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후보자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연령대 여성들이다.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것을 넘어 성범죄 기술을 희화화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력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죠.

각계각층의 비난 속 그 명분을 이어가고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결국 스스로 위기에 빠졌는데요. 해당 질문에 의문을 가진 이가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소름이 돋친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가 공감했죠.

알아서 큰 위기에 빠져버린 미스코리아 대회. 다음을 더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배로 늘린 자충수가 아닐 수 없는데요. 과연 미스코리아 대회는 60회가 넘는 그 역사와 전통을 유지할 수 있게 될까요?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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