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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구 도심 무지개빛으로 물들인 퀴어축제 ‘꺾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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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네거리 앞 도로에서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가 열렸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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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의 온갖 방해와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성대히 시작합니다.”



“와아∼!”



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네거리 앞 도로,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에 온 1000여명의 참가가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의 축제 선포에 환호를 터트렸다. ‘외로운 날들이여 이제는 안녕’이라는 노랫말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반월당네거리 180m 거리의 3차로 도로가 온통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이날 축제는 경찰과 대치하는 긴장감 속에 시작했다. 집회 신고된 장소 안에 경찰 버스, 안전 펜스 등이 들어와 있어 조직위가 반발하고 나섰다. 또 오전 11시30분쯤 경찰은 집회 장소를 봉산육거리 방향으로 50m 이동하도록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 차량이 대중교통전용지구 방향으로 우회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에서다. 조직위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제한 통고를 받아들이고, 애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시부터 본격적인 축제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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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네거리 앞 도로에서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가 열렸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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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원장은 “경찰은 축제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협의했던 사항을 번복하고 제한 통고를 내리며 축제를 방해했다. 지난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올해는 경찰이 축제를 방해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실현하고, 우리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오늘 축제를 성대하고 무사히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 장소에는 무지개인권연대 등 40여개 성소수자 단체와 시민단체 부스가 펼쳐졌다. 혼자 축제를 찾은 김아무개(18)양은 “부모님이 몰래 학원에 간다고 하고 나왔다. 처음 온 퀴어축제라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오픈하고 걸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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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열린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에서 한 참가자가 무지개 타투를 붙이고 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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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함께 온 박아무개(18)양은 “매년 대구 퀴어축제에 오고 싶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 퀴어축제는 가봤는데, 내가 사는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축제는 오늘 처음 왔어요. 정말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은 여기 다 모여있는 것 같아요.” 무지개 염주 만들기 부스에서 만난 김미란(21)씨는 경남 진주에서 왔다고 했다. 퀴어축제 참가가 처음이라는 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된다. 우리 지역에는 퀴어와 관련한 단체가 없는 줄 알았는데, ‘부울경 퀴어’ 부스를 보고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김하나 목사는 축제 장소에서 축복 기도를 올렸다. 김 목사는 “기독교가 두 가지 목소리로 갈라져 지내는 모습이 안타깝다. 모든 존재는 있는 모습 그대로 축복받아 마땅하다. 빚진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쯤 반월당네거리를 출발해 중앙대로 방향으로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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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네거리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인근에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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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장소와 300m가량 떨어진 반월당네거리 더현대 대구점 맞은편 도로에서는 반대 집회도 열렸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3000여명은 ‘퀴어(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라고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도로에서 통성 기도를 했다.



경찰은 17개 기동대를 배치해 퀴어 축제와 반대 집회 참가자들 사이 혹시 모를 마찰을 대비했다.



한편,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전날인 27일 축제 장소를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반월당네거리로 바꾸었다. 집회 제한 통고에 따라 축제 장소가 좁아지자 안전을 고려해 넓은 장소를 옮긴 것이다. 대구지법이 옥외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 가운데 1개 차로와 인도 일부로 집회 장소가 제한됐다. 앞서 조직위는 대구 중부경찰서가 집회 제한을 통고하자, 이에 반발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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