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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달 전체에 ‘물’ 원료가 널려 있다고?…기지 건설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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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진 “월면에 물 유사 물질 고루 존재”

쏟아지는 태양풍 때문에 ‘하이드록실기’ 생성

수소·산소 원자로 구성…식수 원료 가능

“극지방에서만 물 구할 수 있다” 통념 깨져

인간 상주 기지 달 곳곳에 건설될지 주목

경향신문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한 달 앞면 모습. 그동안 물은 달 극지방, 특히 남극에서 주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월면 곳곳에서 식수의 원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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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4월21일 달 앞면 적도 근처에 착륙한 아폴로 16호 우주비행사가 차를 몰고 주행하고 있다. 바퀴 주변에서 달 토양이 흩날리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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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땅 위에 검은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찾을 수 없다. 완벽한 황무지다. 기이한 풍경을 가진 이곳에서 골프장 카트와 비슷하게 생긴 차량 한 대가 달린다.

그런데 운전자 모습이 특이하다. 이불처럼 두꺼운 옷으로 몸 전체를 감쌌다. 머리에는 헬멧까지 썼다. 밖으로 드러난 신체 부위가 전혀 없다. 우주복을 입은 것이다. 1972년 4월21일 달에 착륙한 뒤 월면차를 몰고 달리는 미국의 아폴로 16호 우주비행사의 모습이다.

월면차 주행 장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퀴 주변에서 풀풀 흩날리는 달 토양이다. 바짝 마른 사막의 모래처럼 푸석하기 이를 데 없다. 수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아폴로 16호 월면차가 달린 이 장소는 달 앞면 적도에서 가까운 ‘데카르트 고원’이었다.

달에서 물은 극지방, 특히 남극에 있을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예상해 왔다. 이유가 있다. 남극에는 소행성이 수십억년 전 월면을 강타하면서 남긴 충돌구가 즐비하다. 충돌구 모양은 주먹으로 때린 밀가루 반죽처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다.

달을 포함해 공을 닮은 천체의 특성상 남극에는 햇빛이 비스듬하게 든다. 이러다 보니 충돌구 깊은 안쪽에는 365일 햇빛이 들지 않고 그늘만 존재하는 ‘영구음영지대’가 생긴다. 이곳은 너무 춥다. 온도가 늘 영하 200도 이하다. 여기에 물이 꽁꽁 언 상태로 존재할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봤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 이런 기존 분석과는 완전히 다른 연구가 제시됐다. 달 남극뿐만 아니라 월면 전체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월면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면 향후 인류의 우주 개척에 중요한 변수가 생긴다. 이유가 뭘까.

월면 사진 적외선 분석


달 표면에 고루 물 성분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는 최근 미국 비영리기관인 행성과학연구소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플래네터리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8년과 2009년 인도 달 궤도선 ‘찬드라얀 1호’가 월면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들여다봤다. 이 사진은 적외선을 감지해 촬영됐다. 적외선을 쓰면 사람 눈에 보이는 빛, 즉 가시광선으로 잡아낼 수 없는 물질을 찾을 수 있다.

연구진은 달 표면 대부분에서 수소와 산소 원자 하나씩으로 만들어진 물 유사 물질 ‘하이드록실기’를 발견했다. 물이 태양에서 나오는 전기 성질 알갱이의 집합, 즉 태양풍에 공격당해 변형된 것이 하이드록실기다.

원래 햇빛에 노출된 물은 사라지는 것이 맞지만, 대기가 없어 태양풍이 바로 월면에 꽂히는 달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물이 변형돼 하이드록실기가 생성된다.

하이드록실기를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 원자를 조합하면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식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20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달 상주기지에서는 지구에서 로켓으로 공수되는 물을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물을 옮기려고 로켓을 띄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달 기지 운영을 위한 지출도 줄어든다.

소행성 충돌 덕분에 존재


그런데 비가 내리거나 바다가 존재한 적 없는 달 표면에서 하이드록실기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원칙적으로 물이 있어야 하이드록실기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연구진은 집중 탐구했다.

분석 결과, 비밀은 수십억 년 전 달로 돌진한 수많은 소행성에 있었다. 폭격하듯 월면에 떨어진 소행성으로 인해 월면 지하에 존재하던 물 함유량이 많은 암석 ‘사장암’이 월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기본적으로 달 표면 아래에서는 (사장암이 머금은) 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 충돌 때문에 사장암 속 물이 드러나는 과정은 비빔밥을 먹을 때와 비슷하다. 소행성이 숟가락이라면 월면은 흰 쌀밥이다. 숟가락을 깊숙이 넣어 헤집을수록 밥공기 깊숙한 곳의 흰 쌀밥이 표면으로 올라온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달 남극에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인간이 머물 상주기지도 남극에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미래 달 기지 건설 후보지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켓의 이착륙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면 달 앞면에 기지를 짓는 것이 인간이 가보지 않은 극지방에 짓는 것보다 낫다.

미·중은 2030년대에 월면 기지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인류의 달 진출 계획이 조만간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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