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랩' 공연. 세종문화회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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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범죄 같은 건 저지른 게 없습니다. 그저 상식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으로요.”
트랍스는 보통의 인간이 지닌 욕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자신만만하고 쾌활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극이 전개될수록 사뭇 진지해지고, 행동에는 초조함과 불안, 고뇌가 드러난다. 연극 ‘트랩’은 하룻밤 놀이처럼 시작된 법정 스릴러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세 번째 작품으로 연극 ‘트랩’을 오는 10월 20일까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트랩’은 우연히 벌어진 모의재판에서 인간의 숨은 죄를 추적하는 블랙코미디다.
하수민 연출은 지난 27일 개막일에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며 “특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과 양심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각 캐릭터에 대해서는 “초른은 독일어로 분노를, 쿰머는 걱정을 뜻한다”며 “이름이 없는 집주인은 위에 계신 분(하느님)이라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트랩’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Die Panne)’를 원작으로 한다.
덫, 올가미 등을 뜻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주인공 트랍스(김명기 분)는 놀이처럼 시작된 기묘한 법정에서 그를 옥죄어오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는 출장길에 자동차 사고로 조용한 시골마을의 한 집에 묵게 된다. 집주인(남명렬 분)은 재판놀이를 하며 삶의 활력을 찾는 퇴직한 판사다. 그는 과거 검사(초른·강신구 분), 변호사(쿰머·김신기 분), 사형집행관(필렛·손성호 분)이었던 친구들을 소개하며 트랍스에게 저녁 만찬과 모의법정 놀이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연극 '트랩' 공연 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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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움을 느낀 트랍스는 재판 놀이에 피고로 참여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신문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집요하게 죄를 밝혀내려는 자와 결백을 주장하는 자의 대립 속에 파티로서의 재판이 끝내 허망한 비극으로 전환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육쌍둥이’, ‘슈미’를 연출하고 ‘새들의 무덤’으로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수민 연출이 맡았다. 또 트랍스 역을 ‘햄릿’, ‘스카팽’, ‘만선’ 등에서 열연한 김명기가 맡고 묵직한 존재감의 남명렬, 손성호가 서울시극단 단원 강신구, 김신기, 이승우와 호흡을 맞춰 관록의 연기를 펼친다. 연기 고수들이 선보이는 방대한 분량의 대사와 속도감 있는 논쟁은 영화 속 액션 장면을 보는 듯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관객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느낌을 체감을 할 수 있는 무대 디자인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의상은 연극 '천개의 파랑', 뮤지컬 '더 트라이브' 등에서 활약한 EK디자이너가 맡았고, 창극 '패왕별희', 창극 '춘향' 등에 참여한 김종한 분장디자이너가 참여해 미학적 요소를 더했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짓는다"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설득의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냉혹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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