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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딸아, 사랑한다…아빠”…순천 봉안당에 안치된 딸에게 보낸 아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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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야흥동 추모공원 봉안당 10대 여성 청소년 희생자의 유골 안치함 앞에 아버지의 조화가 놓여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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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한다.”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야흥동 추모공원 봉안당엔 ‘아빠 ○○○’이라고 적힌 조화가 놓여 있었다. 흰색 장미 등 꽃들 사이에 달린 리본엔 지난 28일 화장돼 봉안당에 안치된 딸 ㄱ(18)양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아빠의 심경이 압축됐다. ㄱ양은 지난 26일 새벽 순천시 조례동 한 병원 주차장 앞, 큰 길가에서 ㄴ(30)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친구를 데려다주고 귀가하던 길에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당한 죽음이었다.



ㄱ양은 가정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성격이 밝았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빠와 이주여성인 엄마의 하나 밖에 없는 딸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곤 ‘네일 아티스트’라는 꿈을 꿨다.



ㄱ양의 후배는 한겨레와 만나 “지난 5월부터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누나(ㄱ양)가 그날도 친구를 만나 검정고시와 관련한 시험 정보를 들었다”고 말했다. 친구를 만나고 집에 들어가기 직전 ㄱ양은 아빠에게 “아빠, (사오라고 했던) 약이 없대”라고 통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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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병원 주차장 앞 분향소에 시민이 적은 추모 글.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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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양이 ㄴ씨의 흉기에 찔려 쓰러진 장소엔 분향소가 마련됐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가 많았다.



ㄱ양의 한 친구는 “내년에 대학 간다고 해맑게 미래계획을 세우던 네가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가 있을까. 사건 장소에 갔어.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라고 적었다.



“하늘에 이쁜 별이 되어서 가장 빛나줘”라고 적은 편지도 분향소를 지켰다. 한 시민은 “저도 매번 이 길로 다니면서 위험하다 생각돼 민원을 많이 넣었는데 정작 바뀐 게 없어 미안할 따름입니다”라고 적었다.



ㄴ씨는 대구에서 지내다가 석 달 전께 순천에 찜닭 가게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ㄴ씨의 가게는 파란 천막이 처져 있었다. 천막에 시민들이 던진 것으로 보이는 달걀 투척 자국이 남아 있었다. 가게 앞 한 상인은 “석 달 전께 가게를 열었다가 한 달 전부터 쉬었다. ㄴ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 쪽은 “ㄴ씨가 최근 사귀던 애인과 다퉜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한겨레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한 추모공원 봉안소 ㄱ양의 유골 안치함에 고인을 추모하는 꽃 두송이가 걸려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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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찰청은 중대범죄 신상공개법에 따라 이날 오후 외부인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열어 ㄴ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쪽은 “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피의자 얼굴과 주소 등 신상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30일 오전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병원 주차장 앞 ㄱ양 분향소 옆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의 글이 가을 바람에 쓸쓸하게 흩날리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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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광주지법 순천지원 정희영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ㄴ씨에 대해 “주거 부정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ㄴ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나가면서 “(범행 당시) 소주 4병을 마셨으며, 피해자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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