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 쏠림’ 극단화]②
대한민국 대표 학군지 ‘대치동’ 들여다보니
‘국평’ 래대팰, 침체기에도 하락거래 전무
‘전세사기’도 무색 빌라 수요 끊이지 않아
“저출산일수록 학군지 선호 열풍은 지속될 것”
2025학년도 대학입학시험전형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하루 앞두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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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체 학생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는데 반해 ‘학군지’로 가려는 수요는 오히려 늘며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입시에 비교적 가까운 중·고등학생 위주로 이사를 하던 학군지가 이제는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내려오며 ‘학군지 입성’ 전쟁에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역은 한정됐는데 들어오려는 수요는 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매매 대신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을 선택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또 대표적 학군지 대치동은 전세사기 여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빌라를 찾는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 대장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국평’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8㎡은 지난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최고가 25억 7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고금리발 부동산 침체기를 겪는 동안 단 한 번도 하락 거래가 없었다.
다만 평수가 좀 더 넓은 전용면적 111㎡의 경우에는 부동산 시장 영향을 좀 더 받아 침체기를 이기지 못하고 하락거래가 됐지만, 회복장에 들어서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래미안대체팰리스 1단지 111㎡는 2021년 호황기에 33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부동산 침체기던 2023년 8월 31억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며 최근엔 2021년 최고가를 넘어 3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A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래대팰 국평 전세 매물은 나오는 대로 나가는 수준으로 최근에는 가을 이사철을 지나면서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실수요가 넘쳐나다 보니 부동산 침체기에도 가격이 쉽게 내려갈 틈이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단지가 전국적으로 부동산 한파가 강타한 시기도 비켜간 이유는 외부에서 ‘입성’하려는 수요도 있지만, 강남 내에서도 ‘갈아타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도 한 몫한단 분석이다. B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단지규모가 큰 곳은 같은 단지 내에서도 배정받는 학교가 달라 더 좋은 학교에 배정받으면 옆 동이어도 집값이 차이가 난다”며 “침체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단지 내나 이 인근에서 갈아타려는 문의가 꽤 많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대치동을 찾는 시기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C부동산 관계자도 “10여년 전만 해도 일러도 중학교 때부터 의대나 톡목고 혹은 이 일대 고등학교 진학 준비를 위해 (대치동에) 들어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이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오려는 수요가 정말 눈에 띄게 늘었다”며 “더 나아가 이젠 초등학교를 배정받으려고 유치원 때 이사 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군지에 입성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강남구의 초등학교 과밀학급 비율은 37.7%이고 서초구는 35.9%다.
한정된 지역에 인구가 몰리면서 대치동의 경우엔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나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빌라의 경우 ‘전세사기’ 여파로 매매는 물론 임대차로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대치동만은 ‘예외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치동 빌라촌의 경우 매매보다는 임대차 계약이 대부분이고 특히 방학기간 동안 대치동 학원가에 ‘유학’을 오는 ‘단기임대’ 수요가 주를 이루고 있다. C부동산 관계자는 “대치동은 예외적으로 빌라도 분양을 하는 지역이 있는데, 지역이 대치동이다보니 빌라임에도 분양이 되고 있다”며 “실제 대치동은 빌라가 7억~8억원대에 매매 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빌라는 찾는 수요는 방학기간 유학생들이나 입시를 위해 2년 안팎 거주할 목적으로 이사 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전문가들은 이처럼 학군지를 선호하는 현상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온 학군지 이주 현상은 이젠 진학 열기보단 ‘비학군지 탈출 포비아’에 더 방점이 찍힌 부분이 있다”며 “때문에 과거 진학이 목표였던 상황에선 중고등학생이 학군지로 이동했지만, 이젠 초등학생까지 연령이 내려가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저출생 상황에서 자녀에게 교육적 자산을 아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나 좀 더 어린 나이부터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려는 학부모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기존 강남 8학군의 선호는 학교 외에도 입시 및 풍부한 보습학원 인프라에서 오는 주거선호도 있어 쉽게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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