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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옛 대한제국공사관, 美국가사적지 등재… “한미 우정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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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1905년 조선의 외교활동 공간

일제가 강제 매각, 2012년 정부가 재매입

한미 우호 요람이자 국권 회복 결의 다진 독립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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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옛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모습. (오른쪽 사진) 왼쪽은 복원 전 모습이다. /국가유산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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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외교의 흔적이 깃든 워싱턴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의 국가사적지(NRHP)에 공식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동판 제막식이 30일 열렸다. 백악관에서 1.5km 떨어진 워싱턴 북동쪽 로건 서클 역사지구에 있는 공사관은 지난달 11일 국가사적지로 공식 지정됐는데, 우리 정부가 소유하고 한국 역사의 중심이 됐던 장소가 미국의 국가사적지로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관계의 싹이 튼 ‘한미 우호의 요람’이자 일제강점기 한인들이 국권 회복 결의를 다진 독립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날 오전 건물 앞에서 진행된 제막식에서 “작년에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했지만, 양국 외교관계는 142년 전인 1882년 조·미수호 통상조약 체결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1889년부터 워싱턴DC에 한국 최초의 외교 공관이 개설됐다”고 했다. 이어 “140년 전 외교관으로 일했던 선배들은 140년 뒤 한국이 미국의 가장 가깝고 없어서는 안 될 동맹국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앞으로 더욱 굳건하고 강력하게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찰스 샘스 미 국립공원청장은 “이 건물은 한미관계의 오랜 역사와 관련된 주요 사건을 목격해왔고, 방문객들이 그 역사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가사적지로 등재될 가치가 매우 높다”고 했다. 공사관은 본래 미 해군 출신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세스 L. 펠프스(1824~1885)의 저택으로 1877년 건립된 것이다. 1887년 조선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2~1905)이 미국에 특파된 이후 1889년 2월부터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강탈된 1905년까지 약 16년 동안 조선의 외교활동 공간으로 활용됐다. 고종이 당시로서는 거액인 2만 5000달러를 들여 건물을 매입했지만, 일제는 1910년 조선을 강제 병합한 후 5달러에 공사관을 강제 매입해 되팔았다.

1945년 8월 국권을 되찾았지만, 공사관의 소유권을 되찾지는 못했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재미(在美)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건물을 되찾자는 논의가 본격화됐고, 언론계·문화계의 노력이 뒤따라 2012년 10월 국가유산청·문화유산국민신탁이 약 70억원에 재매입에 성공했다. 보수·복원 공사를 거쳐 2018년 5월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워싱턴의 19세기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로 한미 양국 모두에게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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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옛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내부 모습.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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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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