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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최윤범 "국가 기간산업 지킬것"… MBK "자사주 매입은 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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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법원이 영풍 측이 제시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가처분'에 대해 2일 기각을 결정한 직후 최 회장이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MBK 측이 고려아연·영풍정밀에 대한 기존 공개매수 접수 마감일인 4일 공개매수가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지루한 싸움이 다시 월말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글로벌 독립 리서치 업체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가 90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면서 누가 승리하든 '승자의 저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영풍정밀과 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카드를 순차적으로 꺼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최 회장이 직접 나와 선전포고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을 통해 2조7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한편, 베인캐피탈과 함께 44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반발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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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이날 법원이 영풍 측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하는 결정처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합리성이 확인됐다"며 "고려아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 적법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을 포함하는 전체 주주들의 총의에 기반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포함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 그리고 임직원의 뜻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이날 공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대금은 총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지분 15.5%)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고려아연 측은 회사채(메리츠증권)로 1조원을, 차입금(하나은행 등)으로 1조7000억원을 조달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 백기사로 나서는 FI 베인캐피탈이 약 4300억원을 들여서 고려아연 지분 2.5%를 매입한다. 고려아연(15.5%)과 베인캐피탈(2.5%) 지분 합계가 18%에 달한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지분을 7~8% 수준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2배에 해당하는 18% 수준의 주식 확보에 나섰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확실한 8%의 지분율을 확보하기 위해 매입 규모를 이처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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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베인캐피탈(최 회장 측)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18%를 확보하면, MBK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4%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MBK가 공개매수에서 제시한 최소 목표 수량(6.9%)을 미달하게 돼 MBK 측 공개매수는 실패하게 된다.

최 회장은 이날 공개매수를 통해 얻은 자사주(15.5%)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는데 소각하게 되면 유통 물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만일 고려아연 계획대로 될 경우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 최 회장 측 44%(우호 지분 포함), 영풍 지분 40%, 국민연금 지분 10%, 기타 주주 지분이 6%가 된다.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문제에서 대체로 중립 의견을 내는 점을 감안하면, 영풍과 기타 주주 지분을 합쳐도 절반을 넘지 못하게 된다. 최 회장 측이 영구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MBK·영풍 측은 이번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적법하지 못하며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이 오는 18일로 잡혔다. 이 신청이 인용될 경우 MBK 측은 연장된 공개매수 기간 막판에 다시 전세를 역전할 수 있게 되지만 정반대로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MBK·영풍 측은 자사주 매입 단가(주당 83만원)가 적정가 대비 40% 이상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영풍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찬성을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아울러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2조7000억원 중 1조원을 회사채로 조달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빠른 자금 조달을 위해 공모채가 아닌 사모채를 발행했는데, 공모채 발행 시 연 3%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사모채는 발행 금리가 7%대다.

MBK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이사가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경영권을 영속시키기 위해 막대한 회사의 자금을 동원해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경영권 방어 행위를 할 경우 이는 회사, 즉 고려아연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 충실의무 위반 행위"라고 경고했다.

[조윤희 기자 / 나현준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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