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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사악한 공격을 단호히 비난하지 못하는 이는 이스라엘 영토에 발디딜 자격이 없다”며 이렇게 선언했다. 향후 구테흐스 총장은 이스라엘에 입국할 수 없다.
카츠 장관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향해 “반 이스라엘적이며, 테러리스트와 강간범, 살인범을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아야톨라 정권(이란)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우리 시민을 잔혹하게 공격하는 것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너무 늦기 전에 자유세계 전체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악의 축'을 막아야만 한다”고 적었다.
전날 이란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약 18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중동 지역의 갈등 확대를 우려하며 “절대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란에 대한 직접 비난은 피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특정 국가와 갈등을 겪거나 비판을 받는 경우는 있으나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되어 특정 국가에서 활동이 제한된 사례는 전례가 없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56년간 숨 막히는 점령을 당해왔다”고 말했다. 당시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테러를 정당화한다”며 사과와 즉각 사임을 요구했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도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냐”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후임인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005~15년 10년여 동안 유엔난민기구의 최고대표를 지낸 ‘난민 전문가’로 꼽힌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는 1974년 40년 이상 지속된 군부독재를 반대하며 일어난 ‘카네이션 혁명’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당 후보로 나와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진입했다. 1992년 당 대표에 올랐고, 1995년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10년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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