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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핵 시설 타격까지 거론…이스라엘 재보복 수위에 확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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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에 ‘탄도탄’

경향신문

밤하늘의 격전 이스라엘군이 1일 밤(현지시간) 아슈켈론 상공에서 이동식방공체계인 아이언돔 로켓들을 이용해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들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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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지상 침공 강행 반발
대응 수준 고심 끝 공격 단행
6개월 전보다 강도 끌어올려

운신의 폭 넓어진 이스라엘
반응 따라 전면전 비화 우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응은 해야 하지만 확전은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던 이란이 대응 수위를 저울질한 끝에 1일 밤(현지시간)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하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한번 ‘시계 제로’의 상황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면서도 ‘재보복’을 천명했다. 향후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 지역 반미·반이스라엘 연대인 ‘저항의 축’을 잇따라 타격하며 이란을 노골적으로 자극해왔다.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의 핵심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 데 이어 이날 18년 만에 레바논을 지상 침공하자, 결국 이란이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중동지역의 앙숙인 양측이 역사상 처음으로 서로의 영토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던 지난 4월에 이어 또 직접 맞붙게 된 것이다.

이란은 이쯤에서 분쟁을 마무리짓길 원하는 모양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공격은 종료된다고 밝혔다.

확전의 키는 이제 이스라엘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대응이 형식적인 수준의 반격에 그칠지 혹은 더 공세적으로 반응할지에 따라 상황이 ‘5차 중동전쟁’ 수준의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양국이 ‘보복의 악순환’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양측이 비교적 형식적인 수준의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은 지난 4월 수준의 대응을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재보복으로 이란 핵 인프라의 거점인 이스파한 공군기지 일대를 공격했으나, 주요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했다. 다음에는 ‘이란의 최고 자산’, 즉 핵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NYT는 이스라엘이 다음 옵션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타격할 가능성을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350㎞ 떨어진 이스파한에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핵기술연구센터(NTRC) 등 핵 시설이 밀집해 있다. 나탄즈에서는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비율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란의 핵심 대리 세력이던 헤즈볼라가 최근 이스라엘의 고강도 공격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것 역시 이스라엘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이스라엘군 정보장교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NYT에 “헤즈볼라가 (이란의 공격에) 합세할 위협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운신 폭이 지난 4월보다 넓어졌다”며 “이것은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확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할 가능성도 낮아졌다며 “현재 우리는 무력 대결의 시작점에 있으며, 이스라엘의 대응은 거의 확실하게 이란의 또 다른 대응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이 (중동의 역학을 바꿀 수 있는) 50년 만의 가장 큰 기회”라며 “우리는 지금 당장 이란의 핵 프로젝트를 파괴하고, 이 테러 정권을 치명적으로 타격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썼다.

이란이 6개월 전과 비교해 공격 강도를 훨씬 끌어올린 점도 이스라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란은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나, 공격 사실을 72시간 전 주변국에 통보해 사실상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등 상당히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사전 경고가 없었고, 무인기(드론)·순항미사일 대신 속도가 훨씬 빠른 탄도미사일을 먼저 퍼붓는 등 공격 규모도 두 배 가까이 확대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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