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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이슈 미술의 세계

[그 영화 어때] 부산국제영화제의 모험엔 이유가 있었다, 영화 ‘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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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91번째 레터는 2일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최초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작 ‘전,란’입니다. BIFF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OTT 영화, 그것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를 굳이 왜 개막작으로 선정했을까. 삐딱한 시선으로 들어갔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나왔습니다. 파격적인 선택에는 이유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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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전,란’에서 노비 천영(강동원)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평민이 될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의병이 된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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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은 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양반과 노비의 비극적인 우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평민에서 천민으로 전락한 천영(강동원)은 면천하여 자유를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인 종려(박정민)는 신분을 뛰어넘어 자신의 몸종인 천영과 친구가 됩니다. 개와도 친구가 되는데, 노비와는 왜 친구가 될 수 없느냐고 묻죠.

영화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임진왜란을 조명합니다. 공고했던 신분제가 흔들리며 위아래가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 시기를 역동적으로 그려냅니다. 왜란이 일어나면서 천영과 종려의 관계도 뒤틀립니다. 착취당하던 노비들은 전쟁을 기회 삼아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가족을 잃은 종려는 천영을 주동자로 오해하고 복수를 위해 그를 쫓기 시작합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평민이 될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의병이 된 천영과 왕을 호위하는 무사가 된 종려가 적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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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들의 반란으로 가족을 잃은 종려(박정민)는 복수를 위해 천영을 쫓는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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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계급을 부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올라가려는 자와 찍어 누르려는 자가 종으로 횡으로 쉴 새 없이 내달리며 박력 있는 액션이 펼쳐집니다. 사지가 뎅강 뎅강 잘려나가는 와중에도 놓지 않는 블랙 유머도 타율이 좋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을,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았던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촬영, 액션, 미술, 음악까지 영화계 베테랑들이 뭉친 영화로 감각적이고 신선한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힘 있는 판소리와 록 음악은 호쾌한 액션과 맞아떨어지면서 전율을 줍니다.

논란 속에서 공개된 ‘전,란’은 그동안 쌓인 넷플릭스 한국 영화에 대한 불신을 시원하게 해소할 만한 수작이었습니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대중적인 장르 영화라는 이유로, OTT 영화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도 불합리하지 않나요. 개인적으로는 모두 하나 되는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이 영화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개막작에 꽤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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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란'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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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영화제의 얼굴과도 같은 개막작에 OTT 영화를 선정한 의미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강인한 의병 범동 역을 맡은 김신록 배우의 답변이 좋았습니다. “저희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국에 공개된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저희 영화를 사랑해 주시면 그 활력이 극장 영화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끌어모은 관심을 독립 영화, 예술 영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도 영화제의 역할이겠죠.

‘전,란’은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니 기대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2일 ‘전,란’으로 문을 연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까지 이어집니다. 올해 주요 상영작들은 이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남은 기간 또 다른 영화들을 부지런히 보고, 좋은 작품을 소개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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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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