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법한 군 시가행진…무기가 평화의 상징일까?
국군의날 시가행진 1971년(위쪽)과 2024년 |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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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0월1일 국군이 38도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 국군의날이다. 국군의날은 1956년 제정되었다. 34년 만에 공휴일이 된 2024년의 국군의날에는 2년 연속으로 시가행진이 진행되었다. 2년 연속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벌어진 것은 전두환 군사정권 이래 무려 40년 만의 일이다.
박정희 정권 들어 해가 거듭될수록 규모가 커진 국군의날 행사는, 전두환 정권 때는 거의 모든 부대와 무기체계가 투입되는 국가적 대사가 되어 1980년부터 1984년까지 5년 연속 시가행진이 벌어졌다. 수천명의 학생을 동원한 카드섹션도 북한의 그것과 경쟁이라도 하는 듯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군사정권과 국군의날 시가행진은 성쇠를 함께했다. 6공화국 이후 시가행진은 3년, 4년, 5년으로 띄엄띄엄 진행되다 문재인 정부 때는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사진 속 시가행진이 벌어진 장소는 서울시청 앞이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지금은 서울도서관으로 쓰이는 구 서울시청이고, 2024년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프레지던트호텔(1973년 완공), 오른쪽에 보이는 더플라자호텔(1976년 완공)은 50여년 전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 경관은 변했지만 군사력을 과시하는 시가행진의 본질은 그대로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거나 독재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대규모 군사행진이 벌어지는 곳은 혁명기념일의 프랑스가 유일하다.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군사력 과시는 또한 무기산업의 마케팅 행사이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무기수출 산업은 ‘신성장동력’이자 ‘미래먹거리산업’으로까지 떠받들어지고 있다. 한국은 확산탄과 대인지뢰 등 비인도적 무기를 생산·수출한 역사도 있다.
‘방어’를 위해 군사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소위 ‘방위산업’은 ‘방어’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 대결을 일으키며 생명과 생태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대한민국이 생산한 무기는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레바논에서 활약하고 있다. 평화는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인은 전쟁을 시작하고, 부자는 무기를 대고, 가난한 사람은 자식을 제공한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하고, 부자들은 생필품의 가격을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식의 무덤을 찾아간다.”(세르비아 속담)
* 이 칼럼에 게재된 사진은 셀수스 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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