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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주말경제산책] 평생 보지 말았어야 할 광경: 8월 5일 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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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하루 만에 8.8%나 하락한 지난 8월 5일 코스피(KOSPI) 폭락은 그렇지 않아도 비틀거리던 주식시장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인기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는 하루 만에 각각 10.3%, 9.9%, 8.2% 떨어졌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하락의 이유가 궁금하지만 주식에 대해 좀 안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아직 그렇게 폭락한 이유에 대하여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막연히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증가 때문이라는 따분한 말만 하고 있다.

그런데 주식 전문가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주식시장은 원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되는 곳이다. 20세기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하락폭이 컸던 날이 있다.

블랙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불리는 1987년 10월 19일에 미국의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무려 25.6%나 폭락했다. 그 이유는 지금도 명확히 알지 못한다. 증권사들의 프로그램 매매와 미국 경제의 불안이 이유였다고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블랙먼데이에 미국 시장 대형주인 IBM, 엑손(Exxon) 그리고 GM은 26%, 23%, 25%씩 하락했다. 미국 시장에서 대형주가 하루 새 이렇게 폭락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러한 주식의 폭락과 폭등 현상은 주식 투자를 하려면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위험(risk)이다. 주식의 가격과 수익률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통계적인 변수로 가정하고 공부한다.

그렇다면 지난 8월 5일의 8.8% 하락을 통계적으로 이해하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결론은 이렇다. 하루 만에 8.8% 떨어진 건 인간이 100년을 살더라도 평생 보지 말았어야 할 숫자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코스피의 일일 수익률은 평균 0.0128%이고 표준편차가 1.0536%이므로 이 조건을 이용해 -8.8%의 수익률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하면 약 0.00000000000000003이다. 소수점 아래로 '0이 16개'이다.

이러한 확률은 0에 가깝고 확률이 0이라는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확률은 인간사회는 물론이고 자연 현상에서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볼까. 전 세계 인구는 현재 약 82억명인데 이들 중 한 사람을 만날 확률은 1.22×10-10이다. 이 확률만 해도 하루 만에 8.8%나 하락할 확률보다 훨씬 크다. 소수점 아래 0이 10개뿐이니까.

모두가 좋아하는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23×10-7인데 이것 역시 하루 새 8.8% 급락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자연 현상과 비교하면 어떨까.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년이라고 하는데 이 중 1년을 선택할 확률은 7.14×10-11이다. 이 또한 주식 가격이 하루 만에 8.8% 하락할 확률보다 크다.

138억년의 우주 나이를 초로 환산하면 4.35×1017초인데 그중에서 1초를 선택할 확률은 2.30×10-18이고 이것은 하루 만에 주식이 8.8% 하락할 확률과 가깝다.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자연 현상 중 하나가 사람이 번개에 맞는 것인데 이 확률은 0.00007 정도다. 번개에 맞을 확률은 하루 사이 주식 가격이 8.8% 급락할 확률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능성이 높은 현상이다.

그런데 위에서 주식 수익률의 통계적 성질에 대한 한 가지 가정을 잊었다. 주식 수익률은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따른다는 가정이다. 참고로 정규분포란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현상에서 결과가 중간쯤에 모이고, 양 끝으로 갈수록 그 결과가 나올 확률이 작아진다는 가정이다.

주식 수익률의 움직임은 인간과 자연의 어떠한 현상과 비교해도 훨씬 변화무쌍하다. 주식 수익률의 변동성은 바로 주식 투자의 위험(risk)이라고 정의되므로 주식이야말로 인간과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투자인 것이다.

이러한 주식의 폭락 현상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언젠가 작동한다면 잦아들 것이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더 나아지고 시장의 위험(risk)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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