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발사체에 사용해선 안 되는 군수용 화약… "민간 발사체 위한 화약 제조시설 부족"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그동안 총포화약법을 위반한 불법 화약이 사용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누리호 1·2·3차 발사에 군수용으로 제작된 화약이 불법적으로 사용됐다.
누리호 발사를 주관한 항우연은 지난해 10월 이같은 사실을 인지했지만, 화약 공급을 맡은 제조사의 책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의 발사대 분리, 단 분리, 페어링 분리 등 우주발사체 발사 과정 전반에서 화약류가 사용된다. 항우연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누리호에 사용된 화약류는 수입 화약류 1개, 국내 제조 화약류 11개다. 이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양화학공업이 군수용으로 제작한 화약이 포함됐다.
해당 화약은 군수용이기 때문에 누리호와 같은 민간용 우주발사체 발사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지난 2021년, 2022년, 2023년 누리호 발사에 모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총포화약법 4조에 따르면 총포·화약류의 제조업을 하려는 자는 제조소마다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수용 화약은 별도의 요건을 갖춘 제조시설에서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의원실은 "항우연이 지난해 10월쯤 누리호 발사에 탑재된 화약류가 총포화약법에 근거한 제조시설이 아닌 군용화약을 사용해 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최 의원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누리호 1~3차 발사에 탑재되는 화약류에 대해 제조사와의 물품 제작 계약을 맺었고, 제조사에서 관련 법령과 규정을 준수해 제작하는 것으로 인식했다"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항공청-항우연-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실은 이같은 답변에 대해 "제조사 측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민간 소형발사체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화약류 공급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민간업체가 부족하다"며 "우주발사체에 대해 군수용 화약을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