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친구들이 신부를 전봇대에 테이프로 묶는 모습.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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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부 산시성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에서 신랑 친구들이 신부를 전봇대에 묶어 놓은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논란이 됐다. 이는 훈나오라 불리는 중국 결혼 뒤풀이 관습인데, 당초 신혼 부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이들을 골탕먹이는 행위로 변질해 문제가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3일에 촬영된 이 영상에는 여러명의 남자들이 전통 중국식 결혼 의상을 입은 신부를 전봇대에 테이프로 칭칭 감아 묶어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상을 보면 신부는 한 남성에게 업힌 채로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들은 신부를 근처 전봇대로 데려가 신부를 업은 채 테이프로 신부의 몸을 전봇대에 감았다. 신부는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즐기는 듯 웃었다. 한참 후에야 신랑이 신부를 데려갈 수 있었다고 한다.
신부를 이렇게 만든 남성들은 신랑의 어린 시절 친구들이었는데, 이들은 신혼 부부와 미리 합의하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신랑의 친구인 양모 씨는 “결혼식에서 이런 장면을 만드는 것이 이 지역의 관습”이라며 “친구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일이며 신부에게 아무런 해를 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이 상황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분노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한 더우인 사용자는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이 정말 역겹다”고 했다. 다른 이들은 “신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런 저속한 결혼 관습은 구시대의 유물”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양 씨 등 남성들은 이에 대해 사과했으며, 중국 지방정부 역시 성명을 발표했다. 지방정부는 성명에서 “문명화된 결혼 관습을 장려하고 국민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을 버리도록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전통 결혼식에서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신혼부부의 긴장을 풀어주는 목적으로 행해진 훈나오는 수세기 전 시작된 관습이지만, 최근 들어 신혼부부에게 저속한 농담을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시키는 등 신혼 부부를 괴롭히는 행위로 전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우한의 한 웨딩 플래너는 “일부 결혼식에서는 손님들이 신랑의 몸에 바나나나 오이를 묶어 신부에게 먹도록 시키거나, 신랑이 신부와 함께 옷을 벗고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중국 남서부에서 세 명의 남자가 신랑을 묶어 다치게 해 신랑이 영구적인 장애를 입은 사건도 있었다. 법원은 이들에게 10만 위안(약 1900만원) 이상의 배상금을 신랑에게 지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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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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