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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구찌∙에르메스는 올드스쿨” 신명품 노리는 MCM 회장의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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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6일 김성주 MCM홀딩스 AG 회장이 서울 강남구 MCM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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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김성주 MCM홀딩스 AG 회장의 집무실에는 19년 전 MCM 인수 초창기에 찍은 대형 사진이 있다. 한 잡지사가 촬영한 사진으로 바지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김 회장이 물류 창고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상자 위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아무리 값비싼 명품이라도 입고 신었을 때 불편하면 의미가 없다”며 “여성의 활동성을 위해 MCM이 출시했던 백팩과 스니커즈 등이 인기를 끈 이유”라고 설명했다.

1996년 독일에서 탄생한 MCM은 2005년 김 회장의 성주그룹이 인수한 이후 대표적인 K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때는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급성장하며 루이비통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와 한한령을 거치며 중국 매출이 쪼그라든 것이 MCM에는 큰 타격이 됐다.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명품 시장이 위축된 여파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명품 시장이 위축된 지금이 MCM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다. 특히 이커머스로 유통의 축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MCM의 제품들이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위한 신명품(뉴스쿨 럭셔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6일 MCM 본사에서 김 회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명품 업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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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패션을 좌우하는 것은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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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MCM홀딩스 AG 회장이 설립한 성주재단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2024 댄싱 두오모 인 밀라노’를 진행했다. 사진 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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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패션이 사회 현상, 시대 정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미국 유학 직후 현지 유명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에서 쌓은 경험이다. 패션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마크 트라우브 회장 직속 기획실에서 13년간 일하며 그는 자신의 전공(사회학, 국제정치, 경제학 등) 분야를 십분 활용했다. 김 회장은 “국내와 달리 미국 백화점은 직매입 구조이기 때문에 지점별 제품 매입 전략이 무척 중요하다”며 “미국의 넓은 땅덩어리에 단일한 유행은 없다. 각 백화점 지점이 위치한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이 그 지역의 패션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명품업계야말로 패러다임 시프트(시대 전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가 자신의 헤리티지에 매몰돼다 보면 젊은 세대에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명품 시장이 위축된 것도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당연한 수순으로 봤다. 그는 “명품이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 여성이 일하는 것이 당연해졌기에 (명품은) 지적이고 전문성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하나의 도구로 진화 중”이라며 “MCM은 그 흐름을 살피고 있다. IT(정보기술)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노마드의 명품, 실용성 있는 ‘유즈풀 럭셔리’를 지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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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김성주 MCM 홀딩스 AG 회장이 서울 강남구 MCM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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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기존 명품업계가 비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적 변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약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에르메스의 악어가죽 제품 공정 과정이 비난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환경에 관심이 많은 잘파세대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뿐 아니라 생산·유통과정이 얼마나 올바른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커머스에 익숙한 잘파세대로 인해 온라인 명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 명품 시장은 약 790억 달러 규모로 전체 명품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전 세계를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족을 공략할 것”이라며 “이커머스 판매 비중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MCM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명품 시장 위축, MCM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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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MCM홀딩스 AG 회장이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국·이탈리아 패션테크(KIFT) 얼라이언스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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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과거 구찌, 입생로랑, 막스앤스펜서 등을 국내 시장에 들여왔던 시절을 떠올리며 “명품 브랜드는 생물과 같다”고 말했다. 구태의연한 브랜드로 외면받던 구찌가 총괄 디자이너로 톰 포드를 영입한 과정과 이를 통해 다시 부활한 과정을 내부에서 지켜보며 “럭셔리 산업에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가올 미래 세대들에게는 구찌,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가 지루한 올드스쿨 럭셔리로 받아들여지는 때가 올 수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MCM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쿨한 뉴스쿨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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