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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in-터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난항, 보험사 전산시스템 미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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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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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오는 25일부터 30병상 이상 병원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시행된다.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전국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참여율이 낮아 제도의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요양기관 참여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오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283개 병원으로 전체의 3.7%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 이봉근 간사, 김승진 위원, 박준일 위원을 만나 제도 시행을 앞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의 근본적 문제와 개선방안 등을 들어봤다.

- 제도 시행에 따라, 청구서류를 진료기관이 직접 보험사로 제출하게 되면 보험사들은 진료기관의 과잉진료나 유도진료가 의심될 경우 서류를 제출한 주체인 진료기관(의사)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의협 실손보험대책위에서는 어떤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나.

이봉근 간사 : 먼저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 실손보험 청구화 간소화가 시작될 때 보험사나 정부는 환자의 진단 코드를 만들어서 이 정보를 전송받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진단 코드가 환자의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진단 코드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또, 환자의 개인 정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의무 기록과 진단 코드가 전송되는 것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료비·약제비 등 계산서 및 영수증,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 요양기관의 발급의무가 있는 서류에 한정해 제출하게 됐다. 이 서류만 가지고 과잉 진료나 유도 진료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태연 위원장 : 의사협회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사업이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유출, 보이스 피싱에 악용될 가능성, 보험회사에서 환자의 진단 코드 같은 의료 정보를 이용해 지급 거부나 보험갱신 거부 등의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이를 모니터링 하고자 한다. 또, 발생 가능한 환자 민원은 보험개발원과 보험사 콜센터를 통해 접수될 예정으로 의료기관에 전가될 행정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며, 현실적으로 행정 인력이 적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청구 대행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 낭비가 우려돼 이에 대한 정당한 행정비용보상을 지속 금융위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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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봉근 간사, 박준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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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의협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비해 청구간소화 대행업체를 준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진행 상황과 앞으로 계획은 뭔가.

이봉근 간사 : 보험감독원이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를 전송 대행 기반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한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의원급들은 EMR 업체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데이터를 전송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업체들이 보험사로 전송하던 루트를 막아버리고 보험개발원으로 일원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기존 방식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이원화됐다. 문제는 핀테크 및 EMR 업체들 입장에서 보안 강화 및 다른 회사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작은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이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나 사설 EMR 업체들이 협조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박준일 간사 : 의협은 중개 대행기관으로 의학정보원을 요구를 했었는데, 당시 의학정보원 설립이 어려워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 핀테크 업체였다. 의협 42대 집행부에서 의학정보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서 설립된다면, 전송 대행기관으로서 의학정보원을 두고, 그 아래 핀테크 업체를 둬서 EMR 프로그램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전체 대상 의료기관 4,235곳 중 197곳만이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통계가 있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시스템 구축을 모두 마쳤으나 소형 병원의 참여는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료기관 불참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이봉근 간사 :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동의하면 데이터를 넘겨주는 역할 밖에 하지 않는다. 환자가 원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작은 병원들이 쓰고 있는 사설 EMR 업체들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인데, 이 업체들을 제재한다는 것도 조금 부적절하다. 그 회사들도 제도 참여 시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비용을 지불할 주체가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가 쉽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1년에 실손보험 청구 양이 거의 1억 건 가까이 된다. 예를 들어 1건당 100원이라고 하면 100억원이다. 현재는 그 비용을 보험사가 내게 돼 있는데, 보험사 입장에서 100억원이나 내면서 제도를 끌고 가려는 의지가 강해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용을 환자에게 부과하는 법령도 없다. 결국 비용을 지불할 주체가 설정이 안 돼 있어 제도가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

이태연 위원장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는 보험사가 청구 간소화를 위한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된다고 명백하게 명시돼 있다. 법안이 통과됐으면 제도를 시행할 수 있게 만드는 의무는 보험회사에 있는 것이다. 법안 시행령에 보면 요양기관에서 데이터를 전송하지 못할 때의 예외 사유들이 있는데,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구축 중이거나 보완 등으로 실질적으로 전송이 불가능할 때라고 규정돼 있다.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없는 것은 예외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청구 간소화 이뤄내면서 보험개발원까지 중개기관으로 만들었는데 투자가 안 되고 실현이 안 되고 있다.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많은 비용이 든다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아서 안 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협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에서 마련해야 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이런 문제점들에 초기부터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결국 정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추진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대응 방안을 철저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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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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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의원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핀테크 업체 간편청구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있나.

이봉근 간사 : 다수의 핀테크 업체와 EMR 업체가 있다. 규격화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고 보안도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병원에서 EMR을 통해 나가는데, 만일 보안이 문제되면 EMR 업체는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전송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흘러나오거나, 네트워크를 타고 개인정보가 유출이 된다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섣불리 쉽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 정부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인데, 이를 강제한다고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데이터가 보험개발원으로 모인다면 모든 보험사들이 표준화된 방법을 통해서 보험개발원에서 자료를 받기만 하면 되는데, 현재 사설 핀테크 업체들은 보험사별로 다른 루트로 보내고 있어서 굉장히 복잡하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 보험개발원으로 일원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과정 중에 적절한 비용을 정부가 준비를 하고 시작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태연 위원장 : 청구 간소화는 환자와 국민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청구 간소화가 나오게 된 것은 환자들이 보험청구를 하고 보험금을 받는 과정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핀테크 업체를 통해 간편한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쉽게 청구를 할 수 있었는데, 보험사들이 굳이 자신들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보험개발원을 다시 한 번 통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주축으로 해서 지금까지 환자들이 이용하던 핀테크 업체를 없앤다는 것은 간소화가 아니라 환자 자료를 사적으로 집적화하겠다는 보험사들의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만약 민간 핀테크 업체까지 규제한다면 표면적으로 국민을 위해 추진한 실손청구 전산화는 결국 보험개발원으로 청구의 모든 정보를 거치게 됨으로써 비급여 자료 축적 및 심사 등을 염두에 둔 보험사들의 사익을 채우기 위해 정부와 보험업계가 합심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 보험사가 의료기관과 전산을 연결해 실비처리를 함으로써 편리해지는 점은 있으나, 전산 구성을 보험사의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한 만큼, 보험사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형태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보험사는 개별적인 의료기관의 진료내역과 규모를 파악하고, 환자 진료정보도 보유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없을까.

이봉근 간사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시작할 때 우리가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다. 보험사들이 각 병원의 실비 가격이나 이용 형태 등을 데이터를 축적하지 않을까라는 염려를 많이 했었다. 기존 청구할 때의 서류 이외에 의무 기록 및 진단 코드 전송을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이다. 기존에 환자들이 계속 종이로 냈던 데이터들도 보험회사들이 이미 데이터 파일업을 하고 있을테고, 이제부터 전자적인 방법으로 더 쉽게 가는 것뿐,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 그 데이터들을 어떻게 나중에 이용할 것인지, 또는 법령을 바꿔서 추가적인 데이터를 요구를 하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되는 것이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사업 자체는 국민을 위해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혼합진료금지 등 현안과 향후 발생 가능한 실손보험 관련 문제들에 대해 회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병원협회, 개원의협의회, 각 시도의사회 등 각 직역 위원들이 참여해 적극적인 논의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도 회원 권익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이태연 위원장 : 사실 실손보험사들은 청구 간소화라고 하면서 진료정보 집적화 및 사유화에 흑심이 있을 것이다.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기 위한 청구 간소화가 아니라,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개발원 통해 진료 정보를 집적함으로써, 보험 가입 및 갱신할 때 환자를 거르는 등 자동차보험처럼 이용하려 생각할 것이다. 다만 제대로 시행이 안 되고 투자금 많이 들어가니까 사업 자체가 점점 좌초되고 있다고 본다. 실손보험에서 의료기관은 완전한 제 삼자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을 빼고 보험사들이 청구 간소화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대로 될 수 없는 운명이다. 국민을 위한 청구 간소화를 위한다면 설계 및 운영관리를 의료계에 전적으로 맡겨서 의료계가 환자를 대행해 청구 간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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