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753조8000억원으로 석달 사이 1조원 불어났다. 사진은 공실 상가가 늘어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골목.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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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빚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빚내서 빚을 막는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이 전체 대출액의 71%를 차지한 데다 연체율은 3년 사이 3.3배 높아졌기 때문이다.
7일 차규근 의원실(조국혁신당)이 한국은행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753조8000억원으로 석 달 사이 1조원 불어났다. 코로나19 시기인 3년 전(2021년 6월 말 잔액은 589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7.8% 증가했다.
김경진 기자 |
전체 자영업 대출 잔액의 71%를 차지한다. 현재(2분기 기준) 312만6000명 상당의 자영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1060조1000억원이다.
최근 자영업자의 ‘빚의 질’이 악화한 가장 큰 원인은 빚으로 연명한 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다. 정부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 원리금 상환 유예와 대출 만기를 다섯번이나 연장했다.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는 지난해 9월 종료됐고, 대출 만기는 최대 내년 9월까지다. 대거 풀렸던 정책지원이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 상당수 자영업자는 코로나19에 이연된 대출 청구서를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
여기에 대출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도 빚 부담을 가중한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21년 9월(연 3.05%) 3%대로 오른 뒤 2022년부터 가파르게 뛰었다. 같은 해 11월 연 5.93%로 치솟았고, 올해 1월(연 5.98%)까지 5%대를 유지하다가 2월부터 4%대로 하락했다. 8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연 4.59%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면서, 대출 부실 조짐도 커진다. 차규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가 있는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1.85%다. 지난해 말(1.49%)보다 0.3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3년 전(0.56%)과 비교하면 3.3배 증가했다.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2022년 10월 코로나로 피해를 입고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게 새출발기금이다. 8월 기준 8만2857명이 신청한 채무액(13조3655억원)은 13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정부는 소상공인 총력전에 나섰다.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지원 3종 세트(지역신보 전환보증, 저금리 대환대출, 정책자금 상환연장)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다만 코로나 때와 달리 자영업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 상황보고서에서 “최근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높다”면서 “앞으로 자영업자 차주들의 상환능력에 따라 선별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선 채무 재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규근 의원도 “코로나19 당시 늘어난 부채와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삶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만큼, 채무조정과 폐업 지원, 재취업 일자리 확대 등 다각도로 정책 지원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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