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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반도체와 함께 성장한 황산…'작은 변수'도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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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려아연 황산 주요 지표/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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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기 시작한 건 1989년부터였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움트기 시작한 시점이다.

반도체용 황산 생산 규모가 빠르게 늘기 시작한 건 2001~2008년이었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 경기도 화성에 대규모 생산 단지를 건설하고 2008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에 1조 원을 추가 투자하는 등 생산 규모를 확대하자 고려아연 역시 이 시기 반도체용 황산 2~6라인을 추가로 만들었다. 고려아연의 반도체 황산 생산량은 기존 연간 1000톤에서 7만톤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생산라인을 늘리자 고려아연 역시 이에 맞춰 황산 설비를 증설하는 등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한 축을 맡았다.

반도체용 황산 산업은 태생부터 반도체 산업 성장과 맞물렸기에 고려아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은 신규 생산라인 계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친다. A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증설을 준비할 때 반도체용 황산 공급사들의 공급 가능 물량 등 모든 경우의 상황을 반영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계는 고려아연 등 반도체 황산 공급처에 평소 유지해야 하는 필수 적정 재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AI(인공지능) 시대 본격화로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예고되자 고려아연의 발도 빨라지는 중이다. 추가 증설을 통해 현재 28만톤인 연간 생산능력을 2026년 32만 톤까지 확대하려 한다. 장기적으로 연 50만 톤 이상 생산체제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에 맞춘 움직임이다. 고려아연은 두 기업의 신규 공장이 완공될 경우 이에 필요한 국내 반도체용 황산의 수요를 연간 100만 톤으로 추산한다.

고려아연 황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공급선 다각화를 진행했다. 2022년 민노총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고려아연 봉쇄에 나선 경험 등을 발판으로 해외에서도 공급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가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탓에 고려아연 황산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라인 중단 등 최악의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AI 시대 진입으로 위기와 기회에 동시에 직면한 반도체 업계로선 공정상 발생하는 작은 변수도 넘길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해외 도입에 따라 발생 가능한 적기 공급, 원가 관리 등 변수는 곧바로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것.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현 시점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는 셈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B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타 기업 경영권 다툼과 연관된 일이어서 입장 표명이 어렵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게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산 공급 문제가 한국과 대만, 일본 등 우방국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계획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한 축을 맡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해외 매각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면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최우선 고려사항인 미국에도 변수가 된다는 것. MBK 관계자는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인수 후에 중국에 매각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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