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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사설] 사과까지 한 삼성전자, 패러다임 전환기 혁신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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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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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고객과 주주들에게 사과 메시지까지 내놨다. 지금 같은 기술 격변기에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거나 미래에 대한 한순간의 판단 착오가 큰 패착이 될 수 있다. 삼성이 위기감을 가지고 기술과 사업구조·조직문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원, 9조1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에 견주면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10조7천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스마트폰과 피시 판매 부진과 일회성 비용 등 여러 요인이 겹쳤지만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부문이다.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4조원대에 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2분기 실적에 견줘 2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 실적 부진은 메모리에선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비메모리는 적자를 지속한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고대역폭메모리 기술 개발을 뒤늦게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술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관심을 기울여온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1위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되레 커지고 있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선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따라잡기가 진행되는 한편, 고대역폭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선 선두 업체들을 추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 안팎에서 위기론이 등장하는 이유다. 지금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패러다임 전환기다.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반도체 제국으로 불렸던 인텔은 모바일과 인공지능 환경 적응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인수합병 대상이 될 정도로 추락했다. 반면 몇년 전만 해도 그래픽카드 회사에 불과했던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선도해 시가총액 세계 2위로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환경엔 빠르게 적응했으나 인공지능 시대엔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34년간 지켜온 디램 메모리 부동의 1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삼성의 성패는 곧바로 국민 경제와 직결될 수 있다. 지금 삼성에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같은 결기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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