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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청소년의 술·담배, 건강권 위해 제재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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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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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운 | 법무부 인천서부준법지원센터 책임관



10여년 전 필자는 가벼운 절도나 단순 폭력 등 비행으로 가정법원으로부터 교육명령을 부과받은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한 적이 있다. 흡연이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야 당연하기에 필자는 매번 교육 첫날에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던 담배를 모두 수거해 폐기했다. 학생 신분으로 흡연하는 것이 떳떳하지는 않았는지 청소년들도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붉힌 채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 놓던 기억이 있다.



최근 공공장소에서 당당하게 흡연하는 청소년과 이를 훈계하는 어른 사이에 시비로 인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로 훈계를 참지 못한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언성을 높이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몇몇 어른들은 폭력을 행사해 폭행죄로 입건되기도 한다. 간혹 청소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큰 상해를 입는 상황까지 발생하나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청소년들은 경미한 보호처분으로 끝나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한다. 일선 경찰관들도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훈방 말고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한다. 대신 담배와 술을 판매한 성인에게만 처벌조항이 있어 애꿎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벌금 전과자로 만들거나, 이에 따른 영업정지로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보는 업주만 있을 뿐이다.



이같은 일련의 사회 문제에 대해 일부 기성세대는 청소년의 인권만을 맹목적으로 내세운 폐해라고 하고, 일부는 청소년의 인권은 지금보다 더 존중해야 하고 기성세대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를 단순히 청소년의 비행이나 기성세대와의 갈등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청소년의 건강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청소년기 흡연은 체내 산소 공급을 방해해 신체의 성장 및 뇌의 발달을 더디게 만들며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은 뇌의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켜 우울증, 불안 등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음주연령법에 따라 모든 주가 최소 음주 연령을 21살로 정했으며 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주는 연방 지원 예산이 삭감된다. 흡연에 있어서도 모든 주에서 최소 구매 연령이 21살로 되어 있다. 청소년이 담배를 소지하거나 음주하는 경우, 제공한 성인은 물론 청소년도 사회봉사, 벌금 등 처벌받을 수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미성년자의 음주와 흡연을 엄격하게 제재하는 법률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명시적으로 ‘건강권’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헌법의 여러 조항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헌법 제10조에서는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제34조 제1항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즉 ‘사회적 기본권’을 명시하고, 나아가 제36조 제3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국민의 ‘보건권’을 명시함으로써 우리 헌법은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국가의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래를 이끌 사회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아쉬울 때다.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는 단순 기성세대와의 갈등, 청소년의 비행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을 건강한 한 사람의 국민으로 성장시켜야 할 국가 생존권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책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나아가 청소년의 건강권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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