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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일단 30조원 무역전쟁…中, 프랑스 먼저 때리고 다음은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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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 내일 2.3조원 브랜디에 보복관세 개시,
4조원 돼지고기도 가시권…프랑스·스페인순 타격,
유제품 이어 내연기관차 규제 가능성도 시사

머니투데이

스페인의 한 식품 가공업체에서 돼지고기를 손질 중인 근로자들.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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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유럽연합)향 전기차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보복조치가 구체화하고 있다. 프랑스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조치가 시작된 가운데 스페인이 주류인 돼지고기, 아일랜드 등이 주축인 유제품으로 보복이 확산할 전망이다. 당장 총액 30조원에 육박하는 무역전쟁이다.

10일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국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1일부터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주요 조사 대상은 대부분 1700년대 설립된 프랑스의 유명 주류제조업체들이다. 마르텔이 30.6%, 헤네시가 39%, 레미마르탱이 38.1%의 반덤핑 관세를 각각 물게 됐다.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기간인 지난 2019년 1월~2023년 9월 중 EU산 브랜디 수입량은 중국 전체 브랜디 수입량의 거의 대부분인 97.5%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중국은 EU산 브랜디 17억4000만달러(약 2.4조원)어치를 수입했다. 이 중 99%가 프랑스산이다.

브랜디는 과일을 발효해 만든 고가의 독주다. 프랑스 코냑 지역 포도로 만든 브랜디인 코냑이 가장 대표적이다. 독주와 고가 사치품을 선호하는 중국이 당연히 주력 시장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올들어 EU와 중국 간 관계가 나빠지며 중국 내 EU산 브랜디 판매량은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 올 1~8월 수입량이 7억9300만달러(약 1조원) 정도로 전년 대비 쪼그라들었다. 이번에 부과된 최대 39%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로 EU산 브랜디의 중국시장 공략은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됐다. 이미 중국 내 유통망을 축소하는 정황이 포착된다.

중국의 보이콧은 모기업에도 직접적 악재가 될 전망이다. 헤네시 모기업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은 올 상반기 와인 및 주류 매출이 전년 대비 12%, 영업이익이 26% 줄었다고 발표하며 "중국 시장 수요 악화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레미마르탱 모기업 레미쿠앵트로는 2분기 코냑 매출이 전년 대비 12.2% 줄었다. 중국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던 상황이라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중국의 EU산 브랜디 규제는 EU의 중국산 수입 규제에 대한 보복조치로 해석된다.

27개 EU 회원국들은 지난 4일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 부과를 의결했다. 11월부터 시행된다.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들은 최고 35.3%의 추가 고율관세를 물게 됐다. 중국서 생산된 전기차 가격이 당장 30%가량 비싸진다. 유럽 수출길은 사실상 막힐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는 EU의 조사가 시작된 직후 EU의 주력 품목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등 보복을 예고한 상황이다. 수출 국가지만 세계 최대 시장이기도 한 중국이다. 중국의 보복이 구체화하면서 무역전쟁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됐다. 브랜디에 이어 중국 상무부가 조사를 진행 중인 돼지고기와 유제품 관련 제재가 곧바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은 약 60억달러 정도로 집계되는데, 그 중 절반인 약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가량이 EU에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중국에 내다 판 건 약 8억6530만달러(약 1.2조원)어치를 수출한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으로서는 무역 악재를 만난 셈이 됐다.

중국은 특히 돼지고기 수입 규제가 EU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 제품의 상당부분이 살코기 등이 아닌 돼지의 다리나 내장 등 EU 현지서는 상품성이 크지 않은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와 함께 다음 타깃으로 삼은 게 바로 유제품이다. 지난해 중국은 EU로부터 18억4000만달러(약 2.4조원)어치의 유제품을 수입했는데, 4억6100만달러(약 6200억원)어치를 수출한 아일랜드의 타격이 가장 직접적일 전망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덴마크 등도 영향권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EU에 수출한 전기차는 약 20조원어치다. 여기에 브랜디와 돼지고기, 유제품 등이 더해지며 일단 약 30조원에 달하는 무역전쟁이 벌어지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또 브랜디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며 EU산 대형 내연기관차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복에 보복이 이어질 경우 무역전쟁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살바토레 바릴라 뉴캐슬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EU와 중국 간 무역전쟁은 이번에 전기차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2010~2018년 중국산 태양광 반덤핑 조사에서 이미 시작됐다"며 "주류와 돼지고기, 유제품에 대한 중국의 즉각적이고 유효한 보복은 곧바로 개시될 것이며 EU와 중국 간 무역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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