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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트럼프 '러스트벨트' 격차 줄여…해리스, 오바마식 '허리케인 올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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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되던 미국 북부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현행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선거 막판 해리스 진영 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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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레딩에서 개최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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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스트벨트 2곳서 높은 지지율



퀴니피악대가 9일(현지시간) 공개한 러스트벨트 3곳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를 제외한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2곳에서 해리스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모두 오차범위 내 격차지만, 9월 조사와 비교하면 트럼프의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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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9%와 46%를 기록했다. 51% 대 45%였던 9월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절반으로 줄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선 각각 47% 대 50%, 46% 대 48%로 트럼프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각각 50% 대 45%, 48% 대 47%로 해리스가 박빙으로 앞섰던 상황이 뒤집힌 결과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스트벨트에서 민주당에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주요 전장에서 해리스의 우세가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CNN 역시 “러스트벨트에서 공화당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승부처 펜실베이니아 ‘올인’



트럼프는 러스트벨트 공략에 막판 선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국 지지율에서 해리스에게 뒤지더라도 각 주별 인구에 따라 배정된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하면 당선되는 미국의 선거 제도를 활용한 전략이다. 특히 트럼프가 주력하는 펜실베이니아에는 7개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어, 이곳에서 승리하는 쪽이 대선에서 이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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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연단에 오른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무대 위에서 뛰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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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난 5일, 7월 유세 때 피격당했던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대규모 유세를 연 데 이어, 이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스크랜턴과 레딩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고향 스크랜턴이 포함된 래커워너 카운티에서 9%포인트차로 패배했는데 이 때문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는 “해리스·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들과 재앙적 남부 국경 처리로 펜실베이니아는 파국을 맞았다”며 바이든 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물가와 이민정책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해당 정책에서 해리스보다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



“北 김정은이 직접 전화해 회담 성사”



트럼프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분을 재차 언급하며 강한 외교 정책을 과시했다. 그는 “나는 시(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알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알고, 북한의 김정은을 안다”며 “나는 그와 잘 지냈고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그 조그만 로켓맨(김정은)을 기억하느냐”며 “그가 내게 ‘내 책상에 붉은 단추가 있다’고 위협했지만, 나는 ‘내 책상에도 붉은 단추가 있는데 내 것은 더 크고 (제대로) 작동한다’고 받아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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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국문출판사가 2021년 5월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에서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소개한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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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초기였던 2018년 1월 실제 전쟁 발발 직전 상황까지 갔던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오간 ‘핵단추’ 공방을 의미하는 말이다. 트럼프는 이어 “그러고 나서 그(김정은)가 내게 전화를 해와 회담을 하자고 요청했으며, 우리는 회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현직이던 2019년에도 “내가 트위터에 만남을 제안한지 10분만에 김정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며 김 위원장과 핫라인 통화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다만 두 사람의 통화는 트럼프의 일방적 주장 외에 공식 확인된 적이 없다.



월즈 “선거인단 없애야”…위기감 노출?



이런 가운데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전날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야 한다. 전국 일반 투표가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민주당 내 위기감이 노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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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9일 애리조나주 투손의 팔로 베르데 고등학교에서 열린 사전투표 집회에서 군중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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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전국에서 더 많은 표를 받는 후보가 이기는 게 아니라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실제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해 낙선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당장 트럼프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서 득표수에선 패했지만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당선됐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 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가 적지 않았지만,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월즈가 ‘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해리스 측이 선거가 불리해졌음을 시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월즈 측은 “해리스 캠프는 선거인단 제도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초강력 허리케인…의외의 변수 가능성



해리스는 2005년 카트리나 이후 최악의 사상자를 낸 허리케인 헐린에 이어 또다른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한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등의 상황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1주일전 상륙한 허리케인 샌디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이끌어내며 부동층을 흡수했던 전략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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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미국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의 미 해군 천문대에 있는 미국 부통령 관저에서 허리케인 피해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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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특히 “허리케인 피해가 남부의 대표적 경합주에 집중되면서 이곳의 투표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허리케인의 파급력이 대선에 가장 큰 파급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연일 “해리스가 수십억 달러의 연방 재난관리청 예산을 불법 이민자를 위한 주택에 다 써버렸다”며 “이 때문에 집이 떠내려간 국민에게는 750달러(약 100만원)밖에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짓’이라는 팩트체크가 나왔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더 나아가 “정부가 날씨를 조종할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허리케인을 공화당 강세 지역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근거 없는 공세가 이어지자 해리스는 CNN 인터뷰에서 “이른바 리더가 사람들을 더 두렵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잘못된 정부는 미국 국민을 해친다. 트럼프는 이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허위 정보와 명백한 거짓말을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끈질기게 부추기는 행위가 있었고, 트럼프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해리스를 지원사격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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