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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대통령실 "의대, 4000명 증원 필요" vs 서울의대 교수 "시스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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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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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의대 증원 논란과 관련, "부족한 의사의 수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연구한 결과 2035년 1만명이 아닌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최소 (매년) 4000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줄곧 (증원) 2000명이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10일 오후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장 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강희경 교수와 비대위원인 하은진 교수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쟁점들이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결국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장 수석은 "우리 의료계에 오랜 기간 누적돼 고착화한 문제는 격차와 쏠림이다. 지방으로 가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체감할 수 있다"며 "결국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것이 의료개혁이다. 의료개혁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책무를 다할뿐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과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시대적 과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개혁의 방향에는 동의하면서 의사의 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다"며 "결국 의견 충돌 지점은 과연 의사가 부족한지, 부족하면 얼마나 부족한지로 귀착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강 교수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용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OECD 평균에 비해 의사 수가 적긴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더 높다는 점, 의사 수가 늘면 필연적으로 의료와 관련된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해 주면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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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한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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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장 수석은 "응급실 문제가 의료개혁의 시작 계기이기도 하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증 환자의 배후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급 인력이 지방으로 가면 더 부족하고 수도권에도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하 교수는 "국민 1000명당 평균 의사 수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응급질환이 생겼을 때 어떤 단계의 병원이든 1시간 이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시스템의 문제이지 의사 숫자의 문제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사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충분하다. 그분들이 응급실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문제의 답은 소송 문제이고 수가 문제이다. 그분들이 돌아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응급 진료 과정에서 과실 등으로 소송을 당할 것을 두려워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장 수석은 "양성된 인력을 잘 배치하면 된다고 말하는데 전문의를 따고 자기가 일할 지역이나 기관이나 전공을 선택한 분들이 수가를 조금 올려준다든지 해서 지역을 바꾸거나 전공을 바꾸거나 세부전공을 새로 배워 배치가 다시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장 수석은 또 "앞으로 10년간 의사들이 양성될 때 필수의료 등 분야에 더 투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양성 기간을 충분히 가지고 선택할 기회를 충분히 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OECD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의 수는 최근 데이터로 우리나라가 부동의 꼴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강 교수는 "공부를 2시간만 해도 1등을 하는 학생이 있는데 다른 학생들이 평균 5시간씩 공부한다고 더 공부를 하라고 할 수 있느냐. 2시간으로 1등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그 꼴이다. 1000명당 2.6명의 의사 수를 가지고 세계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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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진행),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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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국민들의 의료 관련 비용 부담이 늘어날지에 대해 장 수석은 "건강보험요율의 급격한 증가나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단장은 "최근 연구를 보면 의사의 수 증가와 의료비 증가의 연관성은 없다는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또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단적으로 양에서 질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현재 의료 이용이 검사나 입원 진료 등이 너무 많아 적절하게 갈 곳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체계를 갖춰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장 수석과 강 교수 등 참석자들은 의료개혁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앞으로도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하 교수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다만 방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며 "싸우기만 하면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새로 다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의료개혁특위는 일시적 조직이고 투명하지 않으니 장기적 안목으로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수석은 "정부는 대화에 대해 언제든 열려있다. 의료계가 적극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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