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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반쪽 번역' 탓인가 … 흑백요리사 亞만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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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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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3주 연속 비영어권 시리즈물 1위에 올랐지만 유독 아시아권에서만 흥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흑백요리사'가 1위를 하고 있는 곳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6개국으로 모두 아시아 국가다.

1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톱10에 오른 총 48개국 가운데 유럽이나 북미는 캐나다(9위), 스위스 (8위), 크로아티아(10위), 룩셈부르크(9위)뿐이다. 이들 역시 8~10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톱10에 오른 국가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명단에 없으면 10위권 밖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공개 당시 2주 연속 1위를 기록한 '피지컬: 100'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이집트,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등 다양한 국가에서 톱10에 올랐다.

원래 예능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 어렵다. 외국 유머를 이해하는 것은 외국어뿐 아니라 문화적 맥락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서양권이 한국 유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통 콘텐츠는 영화-드라마-예능 순으로 다른 나라로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며 "마치 한국인이 미국 영화·드라마는 관심 갖고 찾아봐도 미국 예능까지는 잘 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권은 이미 한국 예능에 친숙하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서양권보다 오래됐고 깊다. 한국 예능 '런닝맨'은 아시아권에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인기다. 중국판 런닝맨이 나왔고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런닝맨 팬미팅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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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콘텐츠는 출연진의 말이 쏟아지고 서로 겹치기 일쑤여서 번역을 통해 외국인이 빠르게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유머를 번역하는 것은 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흑백요리사'의 영어 번역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인 한 네티즌이 "영어 자막을 켠 채로 봤는데 한국인 출연진의 재미있는 말을 영어로 무미건조하게 번역해놔서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의 주제인 한식이나 요리도 문화적 맥락이 중요하다. 반면 '피지컬: 100'의 몸이라는 주제는 세계 공통적으로 통했다.

이미 서양권에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아 참신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2005년부터 미국에서 방송한 '헬스 키친'은 23번째 시즌이나 진행된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흑백요리사'는 서바이벌 자체보다는 창의적인 요리에 초점을 맞췄다. 또 한식만 내세우지 않았고 중식, 일식, 이탈리아 음식 등 다양하다.

한국 문화의 장점으로 부각되는 '퓨전'도 '흑백요리사'의 특징이다. 이탈리아 출신 셰프 파브리가 홍어를 재료로 요리한 퓨전 한식을 선보였다. 또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퓨전 한식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국, 이탈리아처럼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는 퓨전에 대해 배타적이지만, '흑백요리사'는 다양한 퓨전 한식이 나온 점이 인상적"이라며 "한식이나 '흑백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아시아부터 시작해서 차츰 서양권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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