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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또 노쇼? 참다못해 식당 사장들이 반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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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예약 부도 방지하는

예약금·알림 시스템 인기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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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기로 한 손님, 보이지 않는다. 사장은 속이 탄다. 식당은 물론 미용실, 네일아트숍, 빵집까지 예약하는 편리한 시대. 하지만 오기로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예약 부도)’로 고통도 배가되고 있다.

노쇼는 손님만 하는 게 아니다. 주문 받아놓은 사장님이 노쇼하면 문 닫힌 가게 앞에서 손님이 기가 막힌다. “면접 온다던 아르바이트생이 노쇼해 일할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사장님들의 푸념도 끊이지 않는다. 학교폭력 소송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재판에 노쇼한 변호사에겐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오지 않는 손님, 사장님, 알바생은 어찌 해야 하나.

올 들어 경기도 남양주시 장애인체육회가 회식하겠다며 한정식집에서 100인분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아 지탄을 받았다. 충북 청주에서는 군인을 사칭한 사람이 예약 후 나타나지 않아 수백만 원의 손해가 났다. 양심에 기대기엔 피해가 늘자 ‘노쇼’ 막는 앱이나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노쇼 없앤 건 바로 ‘돈’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최근 한 달간 작성된 노쇼 관련 글은 50여 개. “통닭 4마리 포장 주문해 놓고 안 가지러 와서 전화했더니 차단을 하더라고요. ‘참자, 견디자’ 했는데 그냥 가게 내놨습니다” “10명 온다고 하더니 전화를 안 받고 오지도 않네요. 이틀 연속 노쇼에 화가 납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쇼 피해 방지를 위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외식업 위약금 규정을 신설했다. 손님은 예약 시간을 1시간 이상 남긴 상태에서 취소할 수 있고, 1시간 이내라면 미리 낸 예약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예약금은 주문 금액의 10% 수준을 받도록 했는데, 강제할 수 없는 권고라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신 식당 예약 플랫폼들이 움직였다. ‘캐치테이블’은 손님이 식당에서 계좌 번호를 받아 예약금을 입금해야 예약을 확정하고, 식사 후 이를 돌려받는 과정의 불편함을 없앤 예약금 제도를 운영한다. 앱에서 예약하면서 예약금을 결제하고, 앱 자체에서 예약금 결제 취소를 자동화한 것이다. 10% 이상이던 노쇼 비율은 예약금 제도 도입 후 1% 미만으로 하락했다.

캐치테이블 입점 매장 1만개(작년 12월 기준) 중 50.8%가 예약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캐치테이블 측은 “손님이 떨어지면 어쩌냐고 망설이던 식당들이 예약금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네이버플레이스 역시 원하는 점주들에게 예약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당들이 받는 예약금은 보통 2만~5만원. 일부 식당이 10만원 이상의 예약금을 요구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노쇼 손님에게 지친 식당 사장들은 예약금 도입, 식대 일부 선결제 등을 ‘노쇼 방지 꿀팁’으로 공유하고 있다. 횟수를 끊어놓고 쓰는 헬스장이나 네일아트, 미용실에서는 ‘노쇼시 1회 비용 차감’을 내세운다.

조선일보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예약 손님을 받기 위해 상을 차리고 있다. 이 식당에는 이날 전체 14개 예약팀 가운데 6팀이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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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노쇼 방지 서비스까지

일손이 귀한 시대, 나타나지 않는 알바생을 기다리는 사장님들은 목이 빠진다.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자영업자 256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인력 운영’과 관련해 조사했더니 알바생 채용·근무 과정에서 노쇼 경험을 한 사장님이 77.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약속에 오지 않는 구직자가 가장 많았고, 최종 합격을 통보했으나 출근하지 않는 알바생, 갑자기 무단 결근하는 알바생 순이었다. 현재 알바생을 쓰는 사장님들 역시 “근무 태만이나 스케줄 조절 같은 문제보다 ‘갑작스러운 노쇼·퇴사’가 가장 곤란하다”고 답했다. 일당백 알바생도 나타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바생 노쇼를 막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알바몬이 지난 9월 ‘노쇼 없는 알바몬’을 내걸고 만든 노쇼 방지 서비스다. 식당 사장님과 알바 지원자가 알바몬 앱에서 면접 가능 날짜와 일정 등을 조율하는 면접 제안 기능. 알바 지원자에겐 면접 일정에 앞서 알림 메시지를 전송하고, 면접에 노쇼할 경우 경고 알림을 보내준다. 이용자 수가 늘자 알바몬은 최근 서비스를 개편해 ‘면접 3일 전’ ‘출근 하루 전’ 같은 참석 독려 알림 기능도 추가했다. 서비스 출시 2주 만에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공고가 1만건을 돌파했다.

◇사장도 한다, 노쇼

가게 사장님이 노쇼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보통 ‘1인 가게’라 부르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8월 143만9000명. 전년 동기 대비 2만6000명 늘어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체 자영업자 수가 7개월 연속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홀로 영업하다 보니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할 다른 직원이 없다는 게 문제. 1인 가게가 급증하면서 “노쇼 피해를 당했다”는 고객들의 아우성도 커지는 중이다.

“주문 제작 케이크를 예약했는데 약속 당일에 재료가 없다며 가게에서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해 파티를 망쳤다” “급하게 미용실을 예약했는데 사장이 늦잠을 잤다며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피해 사례가 공유된다. 분노의 지점은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노쇼 사장님들의 “어쩔 수 없어요” “취소해드리면 되잖아요”라는 대답에 손님들은 “노쇼한 손님에겐 예약금 받아 챙기면서 사장들이 노쇼한 것은 어물쩍 넘어가느냐”며 분노한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단장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잖아.” 위약금이나 서비스와 상관없이, 약속한 시간에 좀 나타납시다. 지킬 수 없다면 미리 좀 알리시고.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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