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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지주 회장이 좌지우지 하는 '인사권' 포기한 임종룡…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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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임원 선임 '사전합의' 폐지…올 연말 190여명 대상
임종룡, 상실한 리더십에 뒷수습 동력도 같이 잃을수
'키'는 과점주주로…과점주주들 적극 목소리 낼지 주목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우리금융지주 여러 계열사에서 있었던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과 관련해 자신이 뒷수습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책임'을 강조하며 조직안정에 힘쓰겠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임종룡 회장은 지주 회장의 강력한 권한인 인사권 또한 일부 내려놓기로 했다. 그만큼 쇄신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점을 그룹 안팎에 내보인 것이지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이번 사태로 임 회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쇄신과 뒷수습에 대한 동력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사태를 지켜보기만 했던 과점주주(혹은 사외이사)들이 계열사 CEO 인사에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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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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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 포기한 임종룡…"뒷수습 나서겠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최근 적발된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도마위에 올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임'이 당장 물러나겠다는 의미로는 해석되지 않았다. 우리금융의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뒷수습을 본인이 챙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내린 결단은 금융지주 회장의 지위를 상징하는 '인사권'을 일부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우리금융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금융지주와 자회사의 임원 등을 선임할 때 사전합의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방침을 이해하고 함께 수행할 인사를 직접 추리는 것이 '그룹체제'에서는 더욱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임 회장은 전 계열사 임원급 이상의 인사를 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이 이번 부당대출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됐다고 봤다. 계열사 구석구석까지 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닿는 현재 인사 구조가 이번 사태와 같은 폐단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금융 측은 당장 올해 연말 인사에서부터 임 회장의 의사를 배제한 채 자회사 임원 인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상이 되는 임원 수는 약 19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상실한 리더십, 뒷수습 동력도 잃을수도

우리금융 안팎에선 이같은 임 회장의 행보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직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금 점검해 재설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바탕이 될 필요가 있는데, 주요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리더십을 잃게 돼 '뒷수습 할 동력'마저 잃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은 이미 레임덕이 왔다는 평가도 있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인사권과 같은 중요한 권한을 내려놓으면 뒷수습을 위한 동력 역시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임종룡 회장의 결단이 오히려 우리금융 내 '파벌'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권에 대한 '구심점'이 사라지면 우리금융 내 파벌들이 각각 중심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권한에서 손을 떼면 자연스럽게 이 권한에 가까워지려는 파벌들이 서로 경쟁하며 파벌 다툼이 더욱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열쇠 쥔 과점주주들 적극 개입할까

우리금융 쇄신의 키는 과점주주들이 쥐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은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하는 등 우리금융 경영에 직·간접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했다. 그동안엔 금융지주 회장의 자율 경영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7인 중 5인은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인사였다. 이 사외이사들은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경영에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추천된 인사들이다. 이 인사들이 현재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본다면 그간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최근 금융지주 이사회에 과거와 같은 거수기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라며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달라는 것이 기업, 정부, 주주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까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있어보인다"라며 "당장 연말 인사에서부터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사외이사들은 우리금융의 민영화부터 현재까지 과정을 모두 지켜본 외부인"이라며 "그 누구보다 우리금융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면 이번에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지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 수습의 향배는 연말 있을 우리은행장 인선부터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 등 계열사 CEO들도 이번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어서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그간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CEO는 이사회 내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하는데 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이어서 CEO 인선에선 회장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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