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해남지회 소속 교사들이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교원 감축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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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도덕 교사 ㄱ씨는 지난해 3개 중학교에서 겸임교사로 근무했다. 3개의 중학교에 도덕 교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2개 학교는 왕복 1시간 이상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겸임교사를 했던 ㄴ씨는 “월·수·금 1교시에 맞추려고 새벽 6시30분 첫 배를 타고 출근하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안 압해중은 3학급에 교사가 8명인데, 내년 2명을 감축하고 겸임교사 3명을 받아야 한다. 이 학교 6명의 교사 중 3명도 1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중학교 겸임교사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사 정원을 배정하면서 농어촌 중학교 학생들의 수업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섬이 많아 소규모 학교가 많은 전라남도 교사들과 전남도교육청이 교육부의 교사 정원 감축에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전남도교육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육부는 2025학년도 전남의 교사 정원을 초등 145명, 중등 179명 등 324명을 각각 감축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지난해 초등 29명, 중등 87명에 견줘 대폭 늘어난 규모다. 교육부는 2025년 전국의 공립교사 정원을 전국적으로 4353명 감축하는 등 2027년까지 계속 줄일 예정이다.
교육부가 학급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학교에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수를 산정하면 농어촌 소규모 학교 교육이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남 중등 317곳 중 53.9%가 6학급 이하 작은 학교다. 교사 7명이 재직하는 나주의 한 중학교는 교사 1명 감축을 통보받은 뒤, 전출 희망자가 없을 경우 내년에 수학 교사가 명예퇴직하면 수학 과목을 겸임교사로 대체해야 할 형편이다. 나주의 교사 ㄷ씨는 “학급 단위로 운영하는 초등학교보다 12개 교과 과목별로 수업하는 중학교의 교육이 파행을 빚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와 해남교육지원청이 지난달 30일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교육부의 교원 감축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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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교사들은 교원 감축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남지부는 ‘3년 연속 전남 교사 정원 감축 반대 서명운동’을 이달 31일까지 진행한다. 김혜숙 전교조 전남지부 사무처장은 “교사의 수업시수 증가, 다과목 지도 증가, 순회 겸임교사 증가 등으로 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며 “전남교육청은 겸임교사를 배정해 ‘평균 수업시수’만 맞추려고 하는 것 외에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남교육지원청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30일 전교조 전남지부와 함께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교원 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남도교육청도 교육부에 교원 감축 철회 의견을 전달했다. “지역 여건을 반영해 전남 교과 교사 정원을 배정하고,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원 임용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지난달 교육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 감축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쪽은 “지난해 4월 학령인구 감소뿐 아니라 미래 교육 수요를 반영해 수립한 ‘중장기 5개년 교원 수급 계획’에 따라 (교원 감축 인원을) 각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며 “하지만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신규 교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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