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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적대적 남북관계’ 명분 쌓기”…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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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침투 진실 공방…북 “재발 시 즉각 보복” 위협

북한 “무인기 3차례 평양 침투” vs 한국 “확인해줄 수 없다”

쉬쉬하던 대북전단 피해 선전하며 ‘적대적 남북관계’ 명분 쌓기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진위를 떠나 군사 도발에 앞선 명분 쌓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이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형상 물체와 무인기가 살포한 대북전단 사진을 공개했는데, 실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측에 전단을 보내온 민간단체의 소행이라거나, 북한 내 반체제 세력이 무인기를 띄웠을 수 있다거나,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대북전단.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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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최근 일련의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익일인 12일 담화를 발표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국방부가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한국에서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의 사실 확인은 어려워 보인다. 만약 민간단체가 보낸 게 맞다고 하더라도, 전단 디자인이나 내용물이 기존의 것과 달라 기존 단체가 아닌 새로운 단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탈북민이 주축을 이룬 대북 단체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전단 살포에 무인기를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개 행동에 나선 단체는 아직 없다. 전단에 담긴 내용이 기존 전단과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하다는 점 역시 그간 알려진 적이 없는 단체의 행동일 것이라는 추정에 무게를 실어준다.

북한은 무인기가 노동당 청사 위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는데, 특정한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위치 정보시스템(GPS)을 갖춘 무인기를 민간이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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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은 "모든 공격 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자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라고 밝혀 전군이 '전시 태세'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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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북한의 자작극 아니냐는 의문도 일지만, 영공 방어에 실패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면서까지 자작극을 벌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은 이 주장을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무성이 발표한 중대 담화는 지난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렸고 13일에는 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이 1면에 소개됐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것의 정당성을 설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있어야 김 위원장이 선대의 유산마저 부정해가며 남한을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주장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남측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지만 김 위원장이 연초 지시한 대로 통일과 관련한 문구를 삭제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주민들의 거부 반응을 고려해 관련 조치를 하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해당 조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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