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4 (월)

독일서도 “한강 책 품절…당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016년 5월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대형 서점 두스만(Dussmann)을 찾았지만, 한강(54) 작가의 책은 독일어판과 영문판 모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없었다. 두스만 서점 직원은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그의 책 대부분에 재고가 ‘0’으로 찍힌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며 “노벨상 수상작이니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책 ‘채식주의자’는 어제 품절됐고, 몇 주는 기다려야 새 책이 나올 것이다. 다른 서점에서도 책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독일과의 인연이 깊다. 그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받은 해이기도 한 2016년, 독일에도 이 책이 번역돼 한 작가의 문학 세계가 처음 알려졌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독일 대형 체인 서점인 ‘탈리아’의 온라인 서점에서도 ‘채식주의자’는 베스트셀러 3위에 진입했고, 책은 품절 상태였다. 현재까지 독일에 출판된 한 작가의 책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그대의 차가운 손’, ‘흰’, ‘희랍어 시간’ 등 모두 5권이다.



독일 언론은 한국문학의 토양에서 성장한 한 작가의 고유한 문학 세계를 강조했다. 독일의 대표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아시아권 작가들도 대부분 서양의 문학 전통 아래 자라온 점을 짚었다. 이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이들의 문학적 풍성함을 고려할 때 여전히 노벨상 수상에서 소외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한강 작가의 수상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한 작가를 “당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로 소개했다. 또 관습과 폭력에서 벗어나 육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려는 주인공 ‘영혜’를 다룬 책 ‘채식주의자’는 “서양의 문화와 달리 자연과 문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인간의 위치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선 한 작가의 작품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와 인간에 대한 고민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일간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 작가의 성장 배경과 함께 1980년 광주의 5·18을 다룬 작품 ‘소년이 온다’를 소개했다. 신문은 시민을 향해 발포했던 전두환 신군부에 대해 설명하며, “인간은 기찻길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목숨을 걸면서도 아우슈비츠에서처럼 가장 잔인한 폭력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인간의 존재에 물음을 던진 한 작가의 과거 문학잡지 인터뷰를 다시 인용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그의 책 주인공 대부분이 여성이란 점과 함께 한 작가를 “시적인 산문 작가이자, 전쟁과 분단, 독재 등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주인공의 개별적인 운명을 이용하는 정치적인 작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