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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김여정 “재침범 땐 끔찍한 참변”…북, 드론 전단 연일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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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2일 “대한민국발 반공화국 정치선동 쓰레기를 실은 무인기가 두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에는 그 성분을 가리지 않고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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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평양 상공에 출현했다는 드론의 “반공화국 정치모략선동 삐라(전단)” 살포를 연일 맹비난하며 재발 땐 “대응 보복 행동, 끔찍한 참변”을 경고하고 나섰다. 13일 밤엔 “국경선(군사분계선) 부근 완전무장된 8개 포병여단을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시켰다”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 기조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대북 전단↔쓰레기 풍선’ 공방이 ‘평양 드론(무인기) 사태’를 분기점으로 남과 북의 군사적 충돌로 번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13일 노동신문은 ‘평양 상공 드론 삐라 살포’를 “한국 군부 깡패들의 조장·묵인·공모”라 비난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를 1면에 실었다. 이 담화는 12일 밤 11시께 조선중앙통신(중통)으로 미리 발표된 터다. 중통이 북쪽의 일반 인민이 접할 수 없는 대외용 매체인 반면,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인민 필독 매체’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평양 상공에 드론이 침투해 “반공화국 정치모략·선동 삐라”를 뿌렸다는 북쪽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남쪽 군 당국을 맹비난하며,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 성명’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앞서 외무성은 성명에서 지난 3·9·10일 평양 상공에 드론이 출현해 ‘삐라’를 뿌렸다며, 이를 “영공 침범 사건”이자 “자위권에 따라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10일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 전단 살포를 시작으로 여섯달째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대북 전단↔쓰레기 풍선 공방과 관련한 북쪽 당국의 대응 기조가 두 측면에서 크게 달라졌음을 드러낸다.



첫째, 북한은 기존의 ‘비군사적 대응’ 기조를 버리고 재발 땐 추가 경고 없는 ‘군사적 보복 행동’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 수도의 상공에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외무성도 “국방성과 (조선인민군) 총모부, 군대의 각급이 대응 준비에 착수했다”며 “남부 국경선 부근과 대한민국의 군사조직 구조 붕괴”를 겨냥해 “모든 공격 수단들이 즉시 활동 수행 태세를 갖추게 된다”고 밝힌 터다.



군사분계선 인근 전방 포병부대에 “사격 대기 태세 전환” 지시가 이미 하달됐다는 13일 밤 발표는, 외무성 성명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의 엄포가 ‘말’로 그치리라 기대하지 말라는 ‘무력 충돌 불사’ 의지의 과시로 읽힌다.



둘째, 스스로 “영공 침범 사건”이라 규정한 이번 일을 연일 노동신문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중대 변화다. 노동신문은 12일치 1면에 외무성 중대 성명을 싣기 전엔, 여섯달째 지속돼온 대북 전단↔쓰레기 풍선 공방을 단 한차례도 보도한 적이 없다. 이런 변화는 평양 드론 삐라 사태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북남 관계는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는 신노선을 ‘인민 정치 교양’의 호재로 활용하려는 수뇌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이 13일치 1면 머리기사로 외무성 중대 성명에 대한 인민들의 ‘반향’을 실은 사실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 신문은 다수의 각계 인민들의 주장에 기대 “철천지원쑤 한국 괴뢰들” “윤석열 괴뢰 패거리들” “우리의 명줄을 물어뜯으려 날뛰는 미친개” 따위의 막말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라거나 “가장 치졸하고 무지몰각(지각이나 상식이 도무지 없음)”하다 비난한 외무성 성명과 김여정 담화의 연장선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대형 풍선과 달리, 이번에 대북 전단을 뿌렸다는 드론은 기종에 따라 군사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명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시사점은 북쪽이 대남 맹비난 와중에도 평양 드론 삐라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보복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을 그은 사실이다. 김 부부장은 “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일(끔찍한 참변)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라는 문장으로 담화를 끝맺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전단은 상호 체제 존중과 비방·중상 금지를 명시한 남북기본합의서 위반일뿐더러 드론 살포는 주유소 옆 불장난과 같은 위험한 짓”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를 시급히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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