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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일본 중의원 선거전 개시…반핵단체 노벨평화상 받자 ‘탈핵’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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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2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운데)를 비롯한 일본 여·야 당수들이 도쿄 기자클럽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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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선거가 15일 고시되며 12일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다.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여파와 함께 일본 사회의 오랜 과제인 탈핵, 부부별성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선거 관리를 맡는 총무성은 14일 중의원 선거와 관련해 “곧 중의원 선거가 실시된다“며 “(하루 뒤 나오는) 선거 고시를 기다려달라”고 공지를 띄웠다. 전체 465석(지역구 289석·비례 176석)의 중의원을 뽑는 선거에 3대1 가까운 경쟁률을 보이는 등 뜨거운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자체 집계한 자료에서 이번 중의원 선거 출마 후보자가 1300명 이상으로 지난 2021년 중의원 선거 출마자 1051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집계했다.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시게루 새 총리로 ‘얼굴’을 교체한 뒤에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데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개혁 요구가 지속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마자들이 난립하는 모양새다.



직전 국회에서 중의원 290석을 차지했던 자민당(258석)-공명당(32석) 연립정부가 교체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하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시바 정부 지지율이 40%까지 추락하는 등 ‘정권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자민당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실제 13일 교도통신 여론조사(12∼13일 실시)를 보면, 이시바 정부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2.0%로 집계됐다. 이 통신이 지난 1∼2일 한 조사에서 이시바 정부 지지율(50.7%)은 역대 정부 출범 직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 열흘여만에 8.7%포인트가 더 하락한 것이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7%로 이전 조사(28.9%)보다 7.8%포인트 높아졌다.



선거 핵심 쟁점도 자민당에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선 자민당 파벌 의원들의 비자금 파문이 가라않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비자금 연루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이 열에 일곱(71.6%)에 이른다. ‘충분하다’고 답한 이들은 22.1%에 불과했다.



앞서 자민당은 정치자금 일부를 수입·지출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뒷돈으로 챙겨온 현직 의원 12명을 이번 선거에서 공천 배제했지만, 여전히 국민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자민당이 의원 개인에게 사용처 증빙없이 쓰도록 지급하는 ‘정책활동비’와 관련해서도 이시바 총리는 13일 “선거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명한 정치'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는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의 비판에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지난 11일엔 일본 반핵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핵 관련 문제가 또다른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와다 마사코 피단협 사무국 차장이 노벨상 수상 소감으로 “핵 공유론이나 핵 억지론 등을 말하는 일본 정치인들도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일본 정부의 핵무기금지조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 옵서버 참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야당 쪽은 “일본이 핵 폐기의 다리 구실을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마저 “일본이 피폭의 실상을 세계에 알릴 사명을 갖고 있다”며 옵서버 참여를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13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서 주요 정당 당수들과 만나 “일본이 핵 보유국과 독재 전제국에 둘러싸인 만큼, 국가(일본)를 지키는 것을 생각하면서 핵 폐기로 연결될 방법을 야당과 논의를 통해 찾고 싶다”며 “(이 문제를) 등한시할 생각이 없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보수층의 반발이 심한 부부별성제 도입과 높은 물가도 자민당에게 고민이 깊은 사안들이다. 애초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부부별성제와 관련해 ‘도입 찬성’ 입장이었다가, 총재 취임에 이어 총리에 선출된 뒤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때마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이달말 일본 정부에 부부동성제 개선을 포함한 성 평등 노력을 권고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앞서 위원회는 일본의 부부동성제와 관련해 지난 2016년 “사실상 여성에게 남편의 성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또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고물가 대책에서도 여론과 야당으로부터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쪽에서는 소비세 인하 혹은 폐지가 “국민의 소비 의욕을 높이고, 피부에 닿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소비세가 사회보장 서비스의 재원이 되고 있다”며 수용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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