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 “김건희 라인 존재해선 안 된다”에
대통령실 “여사 라인이 어디 있느냐” 반박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송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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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0·16 재보선(재보궐 선거)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주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한동훈(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용산하고 대표하고 독대 일정을 조율한다”며 “서로 간에 의사소통을 할 것이고 곧 독대 날짜가 잡힌다”고 말했다.
독대 현실화와 함께 기싸움은 치열해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인적쇄신? 뭐가 잘못된 게 있나?”라고 반문한 뒤 “(김건희) 여사 라인이 어딨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에는) 공적 업무 외에 비선 운영 조직 같은 것은 없다”며 “대통령실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말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통화 내용에서 거론된 김 여사 측근 ‘십상시’ 등 비선 논란에 반박하면서,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쇄신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신 여야가 모두 요구해온 김 여사 전담 제2부속실을 재보선 이후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달 초쯤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를 공식화한 뒤 3개월여만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라인(측근 그룹)’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선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 발언에 대해 한 친한계 핵심 인사는 “사실 여사 라인에 대해 지적한 것은 마지막, 최후의 단계에 가깝다”며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가장 강력한 항의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 사람들이 여사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고,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나”라며 “그 사람들의 판단이 현명한 것이었다면 모르겠는데 다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여사 라인을 ‘한남동 라인’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실에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발언을 문제삼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독대를 취소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전망에 대해 앞선 친한계 인사는 “(독대를) 깬다면 (윤 대통령이) 그 여론을 견뎌낼 수 있겠냐”며 “깰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부인 때문에 당을 어렵게 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게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른 친한계 인사도 통화에서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 4표 이후 대통령실이 수세에 몰린 상황”이라며 독대가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친한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한 대표의 인적쇄신 요구를 대통령실이 일축한 것과 관련해 “소이부답”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론과 동 떨어져 현실인식을 하고 있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앞서 ‘민심’을 앞세워 김 여사의 공식활동 자제를 요구했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친윤석열계의 한 대표에 대한 반발이 표출되고 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대표와 측근들의 김 여사에 관련 발언들을 두고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이냐”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은 아니다”고 한 대표를 공격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한 대표의 잇따른 비판이 야당이 아닌 대통령실을 향하고 있다고 보고 불쾌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전까지는 공식 발언을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당정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대 시점이 재보선 이후로 잡히면서 선거 결과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독대의 구체적 날짜나 형식은 물론 대화 의제도 선거 이후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한다면 양측은 책임론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질 경우에 ‘한 대표, 너도 별거 없다’라면서 의견을 수용 안 하려는 전략 아니겠느냐”며 “대통령실이 진짜 선거를 생각했다면 선거 전에 만나서 화합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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