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북한 선전마을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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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14일 “북한이 작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예하부대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이 전날 국경선(군사분계선) 부근 포병부대에 사격준비태세를 지시한 데 대한 대응 조치다. 대북전단·오물풍선을 둘러싼 남북의 ‘심리전’이 평양 무인기(드론) 사태를 기점으로 ‘물리적 충돌’ 확대 기로에 섰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국면전환을 위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경의선·동해선 등에서 보여주기식 폭파, 또 작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작은 도발’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포사격 등이 거론된다. 이 실장은 예하부대에 “‘선 조치·후 보고’ 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이 하달돼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남측 합참 격)는 국경선 부근 8개 포병여단에 사격대기태세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총참모부는 “한국발 무인기의 추가도발 가능성”과 “무력충돌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토록 했다.

이는 포병여단의 첫 번째 임무가 ‘무인기 격추’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무인기를 격추하는 과정에서 낙탄이 남측에 떨어져 국방부가 대응사격을 할 경우도 대비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읽힌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남측을 겨냥해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행위의 재발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정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태 악화시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대북전단·오물풍선 중심의 심리전 공방이 물리적 충돌의 전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남북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았던 결과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 12일까지 28번 오물풍선을 보냈다. 정부 역시 지난 6월 초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 7월 중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실시 등 강공으로 맞섰다. 국면마다 남북은 서로를 향해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북한은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김 부부장은 14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평양 무인기 침투의 주범을 “대한민국 군부쓰레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핵 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 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거나, 정반대로 미국에게 무인기 침투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간접 주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화 국면을 열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화협의체를 제안했다면서 “(북한에 대화 제기는)현 단계에서 추가로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강한 대북 기조가 강한 전쟁 억지력으로 이어진다’는 대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에선 오는 16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이 남북 대화 국면 조성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캠벨 부장관은 서울에서 한국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강화하기 위한 양자협력과 한반도 관련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공유된 우려를 포함한 공동의 지역 및 글로벌 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캠벨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대결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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