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유 기업 주식 백지신탁 소송서 패소
임기 2년여만···회사 경영권 상실 부담 느낀 듯
백지신탁 거부 자치단체 사퇴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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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일(사진) 서울 구로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사유로 물러난 것은 이례적이다.
문 구청장은 15일 구청 내부 직원들에게 16일자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구청장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 ‘문엔지니어링’과 관련한 170억 상당의 회사주식(4만8000주)에 대해 정부로부터 백지신탁 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그는 “관내 사업자가 발주하는 사업의 수주를 금지하는 것으로 회사의 정관을 변경했고, 본점도 구로에서 금천으로 이전한 만큼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했다.
철도청 공무원 출신인 문 구청장은 2013년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구로을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정계에 입문했다. 20~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잇달아 후보 공천을 신청했으나 떨어졌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구로구청장에 당선됐다. 문 구청장 사퇴로 구로구는 부구청장 대행 체제로 전환되며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새 구청장을 뽑게 된다.
백지신탁이란 고위 공직자가 직위나 직무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해당자는 수탁기관에 주식 처분 권한을 위임하는데 주식이 모두 매각되면 대주주인 경우 회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문 구청장도 결국 자신이 키운 회사를 포기하기 어려워 구청장직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백지신탁에 부담을 느껴 고위 공직을 포기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다가 전격 사퇴한 것도 주식백지신탁 때문이었다. 당시 황 내정자는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할 경우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밖에 없고, 소액투자자를 비롯해 나를 따라준 임직원들에게 무책임한 행위라고 생각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기업 경영인의 공직 진출을 위해 백지신탁을 보관신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백지신탁은 공정한 행정을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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