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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구로구청장 “170억대 주식 백지신탁 거부”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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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세운 회사 비상장 주식 보유

관련 소송 패소에 구청장직 포기

동아일보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사진)이 취임 2년 3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보유 중인 170억 원대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차라리 구청장직을 그만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문 구청장은 2022년 7월 민선 8기로 취임했다.

15일 문 구청장은 사퇴문을 통해 “오늘부로 구청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고 구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이는 최근 ‘주식 백지신탁’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데 따른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 직무 수행의 공정성 등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 관리를 맡겨야 한다.

문 구청장은 1990년 정보기술(IT) 회사 ‘문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운영해 왔고, 이 회사 비상장 주식 4만8000주를 갖고 있다. 평가액은 170억 원대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이 주식이 문 구청장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문 구청장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구청장직 사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퇴문에서 “그간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구정을 수행해 온 저로선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이라고 밝혔다. 문 구청장은 16일 구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갑자기 구청장이 공석이 된 구로구는 16일부터 엄의식 부구청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구청장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보궐선거는 내년 4월 2일 치러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공직보다 주식 보유를 택한 문 구청장의 결정 때문에 국민의 혈세(血稅)가 선거에 투입돼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돼 왔고 문 구청장도 이를 알고 있었던 만큼, 애초 공직에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지신탁을 이유로 공직을 거부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주식 매각에 부담을 느낀다며 내정 발표 사흘 만에 사퇴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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