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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송광섭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中 전기차 내수 부진하자 해외로 글로벌 시장 70% 점유…미·EU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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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점차 높여 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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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의 경기가 얼어붙자 줄줄이 경영난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워 해외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 따르면, 중국의 지난 8월 자동차 생산량은 249만 2000대, 판매량은 245만 3000대로 집계됐다. 생산량과 판매량은 지난 7월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3.2%, 5% 줄었다. 지난 6월 이후 생산량과 판매량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8월 누적으로 봐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1499만 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그만큼 중국의 내수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뜻이다. 급기야 중국 당국은 자동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7월 자동차 보조금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차 폐차·재구매 보조금은 7000위안(약 130만 원)에서 1만5000위안(약 280만 원)으로, 신에너지차 대상 보조금은 1만위안(약 190만 원)에서 2만위안(약 380만 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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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악화하자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 2위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그룹은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완성차·부품 공장을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시장 부진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상 등이 더해진 결과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2019년 연간 420만 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3년에는 320만 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1년 전보다 7.4% 감소한 134만 대가 판매됐다. 올해 하반기의 경우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더라도 1년 전보다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그룹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시사했다. 현재 폭스바겐의 독일 직원 수는 30만 명에 이른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이번 결정으로 독일에서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봤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독일의 또 다른 업체인 BMW도 올해 영업 전망치를 낮췄다. BMW는 지난 9월 10일(현지 시간) 올해 영업이익 마진 전망치를 기존 8∼10%에서 6∼7%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20%에서 11∼13%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수요 부진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하나같이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포드는 순수 전기로 작동하는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계획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혔다. 계획 취소 탓에 이미 집행한 시설투자비를 포함해 4억달러를 상각 처리한다며 15억달러(약 2조 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7월부터 전기차 출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앞서 GM은 지난해 10월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 픽업트럽 생산 일정을 2025년으로 1년 연기했는데,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는 생산 시기를 2026년 중반으로 또 늦췄다. 올해 예정돼 있던 산하 브랜드 뷰익의 전기차 출시 일정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이러한 고전은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력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내연기관차에 집중한 탓에 전기차 전환에 뒤처지면서 중국 시장 점유율을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빠르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내 외국 자동차 점유율은 33%에 불과하다. 2년 전 53%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17년 400만 대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인 210만 대로 쪼그라들었다.

내수 경기 부진에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CAAM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자동차의 수출량은 1년 전과 비교해 25.4% 증가했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량은 377만 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나 늘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의 생산비중은 68.9%를 차지했다. 수출 비중은 2022년 16.4%에서 2023년 21.5%, 올해 상반기 21.3%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올해 상반기 18%를 웃돌았고 태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의 84.2%가 중국 브랜드였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이자 전기차 수출의 선두인 BYD는 연간 차량 판매 목표치를 최근 40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목표인 360만대보다 11.1% 높인 규모다. 판매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연간 판매량에서 일본과 미국 자동차 업체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반기 BYD의 새 모델들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주행거리 2100㎞에 달하는 신형 하이브리드차의 예약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BYD도 목표 달성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교체할 때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2만위안으로 인상된 점도 호재다. 중국 안팎에서 BYD, 지리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수백만대의 차량을 판매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황금기가 끝난 동시에,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전기차 전문 컨설팅 회사인 던인사이트의 CEO 마이클 던은 최근 CNN에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서 높은 성장률과 막대한 수익을 누렸던 영광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메리 바라 GM CEO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IB인 UBS는 2030년까지 중국 자동차 업체의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약 3분의 1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 여파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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