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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때려도 때려도 … 또 나온 혁신, AI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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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4시간 AI 법률 상담 서비스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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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만원을 빌린 지인이 돈을 안 갚고 잠수를 탔어. 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남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입력하자 24시간 무료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서비스 '노크'는 5초 만에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및 지급명령 등을 통해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크는 유불리 상황까지 검토한 뒤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추천되며 적극적인 대응을 권장드린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절차 착수 이후 결국 중단된 'AI 대륙아주'의 뒤를 잇는 새로운 24시간 무료 AI 법률 상담 서비스가 등장했다. 스타트업 엘리먼츠가 약 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달 AI 변호사 서비스 노크를 출시한 것이다.

사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해 법률·재판 등과 관련된 질문을 입력하면 법 조항과 관련 판례 등을 근거로 평균 3초 내에 법적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노크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사용자 2000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대법원 판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됐다. 하급심은 공개된 판례가 많지 않지만, 대법원 판례 데이터는 공개된 것이 많아 학습시키기가 한층 더 수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초등학생, 사촌오빠에게 성추행당한 여중생, 3개월치 알바비를 못 받고 있는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노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엘리먼츠 측 설명이다.

하지만 노크 서비스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노크는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24시간 실시간 상담' '100% 무료' '100% 비밀 보장' 등을 약속한다며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변협이 AI 대륙아주를 선보였던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적용했던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홍보 방식이다. 앞서 변협은 대륙아주가 24시간 무료 AI 법률 상담 서비스를 앞세워 법무법인 인지도를 높이는 행위 등이 공정한 수임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노크가 광고 규정을 넘어 변협이 AI 대륙아주에 적용했던 변호사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노크에는 법률 상담에 더해 내용증명 작성 등 변호사 업무에 해당하는 일을 해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사용자가 법률 상담을 마치고 하단에 마련된 '내용증명' 버튼을 누르면 약 5초 만에 노크가 작성한 내용증명을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엘리먼츠는 서울대 출신 공동창업자 3명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상연 엘리먼츠 대표는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했지만 등록을 하지 않아 정식 법조인이 아니다. 다른 2명 역시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크가 AI 대륙아주처럼 변협 징계망에 걸려 똑같이 서비스 중단의 길을 걷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변협은 이미 노크 서비스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 측은 '24시간 무료' 광고와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법률 관련 답변을 내놓는 방식 등에서 노크가 AI 대륙아주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변협은 노크도 AI 대륙아주처럼 변호사법과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최종 위반 판단이 나오면 노크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변협이 AI 대륙아주 사례와 달리 노크 관계자들을 징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크를 개발·출시한 엘리먼츠 관계자들은 변협 회원에 속하는 변호사 등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변협이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먼츠 측도 노크 개발 관련자들이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변협이 실제로 징계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내용증명 작성은 법무사 등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 고유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변협이 엘리먼츠를 상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없다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과 같은 소송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변협이 AI 대륙아주를 징계할 수 있었던 것은 대륙아주가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법인이었기 때문"이라며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혁신적인 서비스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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