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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스페이스X 잘 나가는데... 韓 항공우주 스타트업은 공모 흥행 참패에 상장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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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노스페이스의 시험발사체 ‘한빛-TLV’가 지난해 3월 브라질 아우칸타라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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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5시 1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항공우주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상장 일정을 미루고 나섰다. 앞서 상장한 항공우주 스타트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등 투자자 외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항공우주 세 번째 상장사 도전에 나선 루미르는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철회했다. 이들은 앞서 3분기 중 한국거래소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연내 상장 계획을 내놨으나 모두 내년으로 심사 청구 시점 순연을 택했다.

이들 양사는 몸값 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상장 후 시가총액 목표로 3000억원을 꺼내 들었으나 2000억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안을 두고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대로는 상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양사의 상장일 순연과 몸값 조정에는 앞서 상장한 항공우주 스타트업들의 주가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항공우주 1호 상장사로 이름을 올린 컨텍은 물론, 지난 7월 상장한 우주항공 2호 상장사 이노스페이스까지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다.

특히 이노스페이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 7월 2일 공모가(4만3300원) 대비 20% 이상 주가가 내렸다. 일반 기업이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동인기연 이후 처음이었다. 현 주가도 반토막에 불과한 2만1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노스페이스에 이은 세 번째 항공우주 상장사 도전에 나선 루미르가 후발주자들의 일정 연기, 몸값 조정에 결정타를 날렸다.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인 루미르는 상장 후 몸값으로 3600억원을 꺼내 들었다가 수요예측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루미르는 앞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1만6500원에서 2만500원으로 정했지만, 수요예측 참여 기관의 86% 이상이 1만6500원 이하 가격을 제시했다. 전체 참여 기관의 수도 423곳에 그쳤다. 루미르는 결국 공모가를 1만2000원으로 대폭 낮추고 공모주식 수도 줄였다.

항공우주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자 기대감이 완전히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우주 사업은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해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만큼 실패 가능성이 큰 것도 부담이다.

실적 대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기업가치도 투자 심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루미르만 해도 2026년 추정 순이익(266억원)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루미르가 그동안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만큼 시장에선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항공우주 스타트업의 상장이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우주항공 시대 개막이라는 기대감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수익원은 확보되지 않은 채이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우주 스타트업의 매출은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금으로 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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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메탄 측정 인공위성 상상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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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를 상징하는 미국 우주 기업들도 적자 지속에 주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1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지구 관측용 위성 제조 전문업체인 플래닛랩스만 해도 상장 당시 9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2달러 수준으로 급락해 있다.

항공우주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스페이스X도 로켓 발사에서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통신위성 서비스인 스타링크로 로켓 발사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충당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000억 달러(274조원)에 달하지만, 이 뒤엔 스타링크가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 일등 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이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스타트업에선 이같은 기대 요인을 찾기 어렵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스타링크의 경우엔 자체 발사체를 사용해서 발사 원가가 매우 낮다”면서도 “국내 우주 기업들은 우주가 아닌 분야에서 본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민간 수요를 창출하지 못해 대부분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우주 스타트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내 상장을 추진하다 내년으로 순연을 택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상장을 예정한 항공우주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덕산넵코어스, 키프코전자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 스타트업들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민간 주도의 항공우주 시대 개막이라는 기대감에 기댄 자금 조달 성격이 짙다”면서 “기상장 스타트업들의 주가 부진이 계속되면서 후발주자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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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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