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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23조 첨단기술 뺏길 뻔했다"…기술탈취 원천봉쇄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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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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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규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사가 한국의 한 대학에 위장연구소 형태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회사를 통해 배터리셀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A씨 등 삼성SDI와 SK온 전·현직 임직원 5명에게 막대한 연봉을 제시하며 이직을 제안했다. 이직을 받아들인 이들은 전 직장에 다닐 때 스마트폰 등으로 찍어뒀던 배터리셀 도면 등을 새 회사에 전달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은 이들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 기술유출 수법을 엄단하기 위해 정부가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천문학적 규모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확보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기술을 지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시도만 97건으로 만약 기술이 반출됐더라면 23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유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첨단기술이 불법적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에는 특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유출을 선제적으로 포착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특허청이 보유한 특허 데이터 5억8000건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노릴 만한 기술과 보유기관을 분석해 이를 방첩기관에 공유하고 즉각 수사로 연계함으로써 해외 기술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 신규 지정 또는 변경 시 활용 가능한 특허 동향 정보, 권리 이전, 인력 정보를 유관부처에 제공해 기술유출 방지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유출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97건이 적발됐는데, 그중 국가핵심기술은 31건에 달했다. 반도체가 40건(41%)으로 기술유출 시도가 가장 빈번했고 디스플레이 18건(19%), 자동차 8건(8%), 2차전지 등 전기전자가 6건(6%)으로 뒤를 이었다.

기술유출 수법도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

해외 이직을 제안하거나 국내에 기업을 설립해 직접 고용하는 형태도 빈번해지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도 나왔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이버 해킹으로 기술이 유출될 우려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갈수록 지능화하는 기술유출 수법에 맞서 다양한 행위에 대해 '핀셋' 대응이 가능하도록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술유출 목적으로 이직을 주선하는 등 영업비밀 침해를 알선하는 '브로커'에 대해서도 민·형사적 대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외국 기업이 한국 자회사를 통해 영업비밀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신종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영업비밀 재유출 행위 처벌 제도도 신설할 계획이다.

기업·대학·연구소 등 기술을 보유한 주체가 기술유출 대응력을 제고하는 데도 주력한다. 사전예방 차원에서 국가전략·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술보호 컨설팅을 신규 제공하고, 대학·연구소에 대해서는 맞춤형 기술보호 컨설팅도 신설할 예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관해서는 기술탈치 방지와 대응 지원 제도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중소기업이 거래·교섭 시 상대방에게 전달된 아이디어(기술정보·경영정보)를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원본증명 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의 '공익변리사센터'를 '산업재산법률구조센터'로 확대 개편해 영업비밀 피침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민사소송 비용 지원과 법률 자문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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