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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북한軍 인원·물자 러로 대규모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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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북러간 열차 이동 포착”

조선일보

북한이 지난 2022년 4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항일 유격대(빨치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개최한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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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 소식통은 17일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병력을 보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그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북·러 간에 빈번하게 많은 인원과 물자가 열차로 오간 것을 한미 당국이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복원하는 조약을 맺은 이후, 북한의 대러 군사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국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 인원에 대규모 전투병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이와 관련 영국 BBC는 16일(현지 시각) 러시아 극동 지역 군 소식통을 인용해 “다수 북한인이 러시아에 도착했으며, 블라디보스토크 북쪽의 우수리스크 인근 군사기지 중 한곳에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1만명을 파병했으며, 이 중 3000여 명이 러시아군 정예 공수 여단에 배속돼 훈련받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총 1만명을 준비시키고 있다”며 “일부 장교는 이미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역대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과거에도 베트남·이집트 등에 군 병력을 파병했지만 수백 명 규모였다. 정부 관계자는 “1만명은 다소 부풀려진 수치일지 모르지만, 외신 보도로 전해지는 내용은 참전에 준하는 것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소규모 특수작전 부대, 대대급 전투 병력 및 군사고문관, 공병 등 전투지원부대를 파병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군 소식통은 “북한이 러시아로 기갑 장비를 후송한 정황은 아직 식별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경보병·저격병 위주로 파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전방에서 침투, 저격, 테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평시 128만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특수부대는 15만명 규모로 알려졌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보도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매우 걱정스럽다”며 “(파병을 제외하고도)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북·러 군사 협력 심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된 북한군은 6·25 당시 우리를 지원한 유엔군처럼 일부 전선이나 지역을 전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의 보도처럼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방면에 북한군이 자기들 편제를 유지한 상태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언어 차이 때문에 혼성 부대가 구성될 경우 전투력 유지가 쉽지 않다”고 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프랑스군은 자체 편제를 유지하며 지평리 전투에 투입됐는데 이와 비슷한 전략이다.

다만 이럴 경우 전투력은 유지할 수 있지만 참전 사실을 숨기기는 어려워진다. 다른 군 전문가는 “참전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병력을 소규모로 쪼개 고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각급 부대에 흩어놓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군사교관과 공병 등 전투지원 병력 파견은 더 일찍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부터 북한군 교관들이 러시아군에 북한 무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전 참전은 북한 장교들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신형 무기에 익숙해질 기회”라고 했다. 북한이 지상군 파견을 통해 러시아에 수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현대전에서 드론 활동 등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 소식통이 “한미 당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북·러 간에 빈번하게 많은 인원과 물자가 열차로 오간 것을 포착해왔다”고 한 것도 북한군 파병 사실을 한미 양국이 초기부터 감시해왔을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군사 전문가는 “열차에 탄 사람이 군인인지 노동자인지 등을 정밀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한미 감시 자산을 통해 상당 시간을 추적·감시해왔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복원한 조약을 맺은 이후 북한 군인과 무기의 러시아 파병이 본격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과 푸틴은 당시 군사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고, 이 조약 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에서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파병했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베트남 전쟁 때는 전투기 조종사와 심리전 부대를 파견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월맹군 군복을 입고 미 공군 전투기를 격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전 부대는 월남에 파병됐던 우리 군을 상대로 투항 권유를 하거나 포로 심문을 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 파병 규모는 수백 명 정도로 보인다.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에도 전투기 조종사를 이집트에 파견해 이스라엘과 교전했다. 이 밖에도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에 군사교관단을 지원했다. 리비아 카다피 대통령의 초청으로 리비아에서 북한군 군사교관단이 활약했다. 아프리카 우간다엔 50명가량의 군사교관이 체류했고, 콩고민주공화국(구 자이르)에는 군사교관단 30여 명을 파견해 대통령 경호 특수부대 훈련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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